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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유지' 집착…유연한 대처 막고 청년 채용도 가로막는다
정부, 돈 빌려주는 대신 기업에 현 인력 유지 요구
포스트 코로나19 대비 어려워져…청년은 취업 난관'
좋은 조건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희망퇴직도 막혀
지난 17일 시민들이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기업에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전례 없던 고용유지 조건을 내걸었다. 경쟁력 회복과 청년 채용을 가로막고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희망퇴직까지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은 내달 중 산업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세부적인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을 짜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원조건은 향후 구체적으로 마련키로 했다. 고용안정 방안, 도덕적해이 방지 장치, 정상화 이익 공유 방식 등이 해당한다.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깐깐한 조건이 붙는 셈이다. 대기업 지원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이 중 고용안정은 전례가 없던 조건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본떠온 것으로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6개월 이상 동안 직원을 자르지 못한다. 미국은 기존 고용총량 대비 90%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를 어기면 가산금리 부과, 지원자금 감축·회수 등의 벌칙을 부과한다.

실업대란 상황에서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산업을 살린다는 관점에선 부작용이 적지 않다.

먼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유연성이 떨어진다. 인적・물적 교류 감소,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롭게 사업을 재편해야 하지만 인력 운용이 제한돼 상황 대처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새 사업에 적합한 인재를 수혈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어떤 기업들은 당장 내일 망할 수도 있는데 예전과 같은 인력을 유지하는 게 상당한 부담"이라며 "기업들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조직이 비대해진 항공사의 경우 이번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모두가 함께 어려워질 수 도 있다"며 "기업이 인력을 조정하더라도 사회안전망으로 실업자를 보호해야지 기업에 고용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정책은 여러 측면 사이서 조화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고용유지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시청 족구장에서 한 업체가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야외에서 2m 간격으로 대기석을 마련해 진행되는 모습이다. [연합]

청년들은 되려 취업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박영범 교수는 "청년 입장에선 채용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고용유지 조건 때문에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회사와 직원 간 합의에 따라 사직하는 희망퇴직도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직원에 따라선 최근 연봉의 3년치 등을 받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용총량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희망퇴직을 받기 어려워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 전례가 없어 어떤 예외 사유를 둘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나간 희망퇴직도 역시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고용유지 조건이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과 같이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부분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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