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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디지털헬스케어, 언택트시대 뉴노멀 되길
신재원 에임메드 대표/의사

코로나 19가 사람들의 일상생활마저 바꾸고 있다. 어른들은 재택근무,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는대신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쇼핑도 온라인으로 대부분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언택트(비대면)가 코로나19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 이 된 것이다.

언택트 시대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이 나오거나 전 인구의 60% 이상이 집단 면역을 갖지 않는한 코로나 19는 종식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설령 코로나 19가 무사히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제2, 제3의 바이러스가 나와 또다른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택트는 대면접촉이 필수적인 산업군에 특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음식점, 숙박업소, 여행사, 극장, 오프라인 쇼핑 등이 대표적이지만 의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감염병 환자에 대한 대응으로 병원과 의료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환자가 발생하거나 방문한 병원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평소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다른 환자들도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감염병 환자 발생으로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길수 있고 자신의 담당 의사가 자가격리 돼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고혈압으로 내과 진료를 받던 A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고혈압 약을 추가로 처방 받아야 하는데 아내가 37.8도의 미열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환자가 다니던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모든 외래진료가 일시 중단됐다.

이같은 상황은 감염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적절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아마도 환자의 아내를 선별진료소에 데려가 검사를 하고 하루정도 기다려서 음성 판정 결과가 나오면 이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가서 고혈압 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만 약을 거르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혈압은 약을 중단하는 경우 혈압이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어 위험하다. 더구나 환자의 아내가 양성 반응이 나온다면 이 환자는 자가격리대상이 돼 고혈압 약을 2주동안 못 먹게 된다. 다른 가족이 대리 처방을 받아 환자의 집 앞에 두고 가는 방법이 있지만, 대리 처방은 다니던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어 A환자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헬스케어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간단해진다. 환자는 원격 의료 앱을 깔고 근처의 내과 의원을 찾아 진료 신청을 한다. 의사는 영상으로 문진을 한뒤 환자에게 혈압 수치를 보여 달라고 하고, 환자는 자신이 한달 동안 기록한 고혈압 관리 앱의 데이터와 이전 병원에서 다운받은 처방전 데이터를 병원으로 전송한다. 의사는 기존의 환자 처방을 확인한 후 혈압약을 한 개 추가한 처방을 내린다. 의사가 내린 처방은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약국으로 전송되고 환자가 조제료와 약 배달료를 수납하면 약사가 약을 조제한 후 배달원을 호출해 약을 집까지 배송한다.

이런 과정은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보건복지부에서 한시적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전화 진료를 허용했지만 아직 환자 의사간 원격 진료는 불법이고 약사법상으로 환자를 보지 않고 약을 조제하는 것도 허용되어 있지 않다. ‘타다’ 사태나 ‘배달의 민족’ 사태에서 보듯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사람들과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해 관계의 조정도 필수다. 그럼에도 언택트 시대를 맞이한 지금 더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언택트 시대의 뉴노멀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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