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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찰청, ‘n번방 가해 미성년자 명단’ 교육부에 제출 검토중
재발 방지 교육 위한 교육당국 요청에 따라
경찰청, 여가부·법무부와 명단제출 협의 중
‘피해자 노출 우려’로 명단제출은 쉽지 않아
텔레그램 성 착취 단체 대화방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의 주요 공범으로 지목된 ‘부따’ 강훈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훈은 만 18세로, 미성년자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찰청이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n번방’의 미성년자 가해자 명단을 교육부에 넘기는 것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가 재학 중인 미성년 가해자에 대한 후속조치를 위해 관련 명단을 요청하면서다. 다만 경찰은 ‘피해자’ 노출 우려로 교육부의 요청에 쉽사리 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교육부의 요청을 받아 현재 미성년 가해자 명단 제출을 놓고 법리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도 “n번방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이 주무 부처가 돼 여성가족부, 법무부와 함께 가해자 명단을 교육부에 넘기는 것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n번방의 후신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검거를 기점으로 수사당국이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자와 유포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검거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범인이 붙잡힐 수록 피의자가 중고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자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 성범죄 근절의 주체가 교육당국으로 옮겨지는 상황이다.

지난 9일까지 집계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검거 미성년자는 65명으로 피의자 221명 중 약 30%다. 지난 22일 강원지방경찰청이 검거했다고 밝힌 n번방 모방범 5명도 미성년자로, 향후 검거되는 미성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연루자 중 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 대한 처벌·교육 방안 등이 포함된 교욱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종합 대책을 고민해 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이들의 명단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미성년자의 범죄는 학내에서 일어난 폭력이 아니라서, 수사 중인 경찰이 이들에 대한 정보를 학교에 알릴 의무가 없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미성년자가 대부분 초범인 것을 고려하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당국이 이들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처벌을 받은 뒤에도 가해자들은 예전과 같은 학교생활이 가능해진다. 교육부가 가해자 명단을 받게 되면, 해당 사안을 학교에 알려 이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 지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다.

경찰청은 교육부의 요청에도 이를 쉽게 넘기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중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규정 때문이다. 해당 법 제24조에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 등을 누설하면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명단 제출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피해자 노출”이라며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이름만 드러나도 피해자가 밝혀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명단을)넘기게 되더라도 일괄적으로 넘길 수는 없고, 사건 진행 상황에 사안별로 넘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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