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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초 1·2년 원격수업, 스마트기기 필요없다”더니…없으면 수업 못받는다
출결확인·학습꾸러미에 온라인기기 ‘필수’…학부모 “교사 역할 사실상 떠넘겨”
교육부 “스마트기기 지원 대상 아니다…학습꾸러미 온라인자료, 학교의 결정”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정부가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온라인 수업은 EBS TV와 학습 꾸러미를 활용하는 만큼 스마트 기기가 필요없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지난 20일 온라인 개학에 합류한 초등학교 1·2년 수업 실상은 이와 판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는 당시 방침에 따라 소외계층 등에 제공하는 스마트 기기 지원 대상에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을 제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 교육부는 ‘초등학교 1·2학년 원격수업, 스마트기기 없어도 괜찮아요’라는 제목의 홍보 자료를 냈다. 당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 1·2학년은 스마트 기기 없이도 원격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이들 수업의 출결 여부 확인은 학부모 등의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으며, 교육부 안내를 거쳐 시도교육청과 각 학교에서 최종 준비한 학습꾸러미에도 온라인 동영상 시청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초등학교 1·2학년 수업은 TV시청과 학습꾸러미로 이뤄진다는 이유로 스마트 기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에 문의했지만, 부서마다 자기 입장만 설명하기 바빴다. 스마트 기기를 지원하는 원격교육준비점검팀 관계자는 “(초등)1·2학년은 EBS와 학습꾸러미에 의존해 스마트 기기가 필요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학습꾸러미를 담당하는 교육과정정책과 담당자도 “학습꾸러미는 교육부의 안내를 거쳐 결국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확정하는 것”이라며 “학교 사정에 따라 온라인 자료 등을 넣을 수 있다. 그걸 감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과연 학생들의 민감한 사정이 학교별로 구분한다고 감안이 될지는 의문이다. 출결 확인을 담당하는 교수학습평가과 관계자는 “출석 체크에는 온라인 외에 유선 전화를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과제물을 작성해 제출하지 않고 가진 정도”라고 말했다.

교육부 온라인 수업 관련 홍보 자료. [교육부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정부의 홍보와 달리 스마트 기기가 부족한 가정은 대책이 없으며, 스마트 기기를 갖춘 가정도 해당 학생이 조작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결국 학부모가 붙잡힐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1·2학년 온라인 개학은 결국 부모들 개학”이라는 쓴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실제 적지 않은 초등학교 1·2학년 학부모들은 담임교사로부터 “집에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A씨는 “교육부가 온라인 수업을 이유로 교사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도 “이러려면 차라리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게 나을 뻔했다. 출결에 온라인 동영상 시청까지, 아이 수업하는 내내 곁을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들이 “(초등)1·2학년 학생들은 온라인 조작이 서툴러 TV 시청과 학습꾸러미를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학습꾸러미에 온라인 자료를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스마트 기기 지원대상도 아니다”라고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안 학부모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1·2학년은 온라인 수업 집중도와 숙련도가 떨어질 수 있어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교육부의 방침에는 동의한다”며 “문제는 이를 이유로 스마트 기기를 지원하지 않았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온라인 기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명확한 지침을 내려 일선 학교의 학습꾸러미에서 온라인 자료 등을 제외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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