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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보복 수단이 된 검찰개혁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말이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화두로 삼으며 꺼낸 문장이다.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 전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라는 것은 조 전 장관 수사에 나선 검찰과,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향한 표현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주식매각 대금이 배우자 정경심 교수와 5촌 조카를 거쳐 코스닥 상장사 기업사냥에 쓰인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감찰을 무마했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점도 사실로 드러났다.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편을 갈라 대립구도를 만들고 ‘우리쪽은 옳고, 저쪽은 나쁜 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하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기소되고, 유죄판결을 받는다 한들 언론이 ‘더러운 공작’까지 해가며 어떤 이득을 얻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 내내 화두가 됐다. 검찰개혁의 적기는 집권 초기였지만, 정작 정부가 부랴부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집권 3년차부터였다. 초반 2년 동안에는 ‘적폐청산’을 빌미로 검찰에 힘을 실어주고, 지금 그렇게 맹비난하는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에 앉혔다. 인사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과 공직기강 비서관이었던 최강욱 당선자가 맡았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면서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자신의 자택이 압수수색 당하자 현장에 나간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건에 관해 언급했다. 행정부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향해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될 최강욱 당선자는 ‘갚아주겠다’고 한다. 모두 공적인 지위와 사적인 관계를 구분하지 못한, 부적절한 처신이다. 권력자가 아닌 일반 사건 관계인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행동들이다.

사회 갈등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고, 그만큼 검찰 권한이 비대해진 것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직접 수사보다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특수부’가 아닌 일반인 사건을 다루는 형사부가 검찰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청와대 수사를 빌미로 수사팀을 해체하는 수준의 인사조치를 한다거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개혁’이 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자 인사조치를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비위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다. 이 과정이 검찰 개혁과 양립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사건에 개입한다면 이전 정부에서 보여준 나쁜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의자(조국 전 법무부장관)가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은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지적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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