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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첫 보톡스 ‘메디톡신주’ 판매 중단위기…제2의 인보사 사태되나
식약처, 메디톡신주 잠정 제조 밒 판매 중지
첫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인보사' 사태와 유사
업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나친 조급증 위험”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첫 보툴리눔 톡신 제제(이하 보톡스) ‘메디톡신주’가 판매 중단위기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으로 만들었다”며 제조·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 절차까지 밟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에 대해 “현재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없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 ‘제2의 인보사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오업계에선 이와 관련 업계의 신뢰 하락을 우려하며 지나친 성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커지고 있다.

▶파장 커지는 메디톡신주 사태=식약처는 지난 17일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에 대해 잠정 제조 및 판매, 사용 중지 및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품목허가 취소가 예정된 품목은 메디톡신주 150단위, 100단위, 50단위다.

이번 조치는 검찰이 메디톡스 측에 대해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제품 생산, 원액 및 역가 정보 조작을 통한 국가출하승인 취득, 허가 내용 및 원액의 허용 기준을 위반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것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 및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품목허가 취소 이외에도 시험성적서 조작에 따른 제조 업무정지 3개월 등 각각의 위반행위에 따른 행정처분도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식약처는 “이번 사건은 효과와 관련된 원액의 기준 부적합에 관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준에 비해 유효 성분의 함량 또는 역가가 낮은 경우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다면 안전성 우려는 적은 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메디톡신주 사태는 메디톡스 직원이었던 A씨가 지난 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메디톡신의 제조 과정에서 시험성적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이 제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제보 내용을 토대로 제조사인 메디톡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불법 행위를 포착해 기소했다.

▶“공중위생상의 위해 없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 나선 메디톡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행정명령에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소송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메디톡스는 20일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 처분의 근거 조항은 의약품이 현재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초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해당 제품은 2012년 12월~2015년 6월 생산된 것으로 오래전에 소진돼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또 “현재 유통 가능한 제품은 2017년 4월 이후 제조된 의약품으로, 식약처의 유통 제품 수거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지난해에 진행된 특별 약사 감시 및 유통 제품의 무작위 수거 검사에서도 유효기간 이내 제품의 안정성 및 유효성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인과관계가 확인된 중대 이상 사례 보고는 단 한건도 없다”면서 “이번 식약처의 명령은 오래전에 일어난 메디톡신주 생산 과정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제2의 인보사’ 사태?…조급증이 낳은 바이오 신화=업계에서는 이번 메디톡신 사건이 ‘제2의 인보사’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로, 지난 2017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당시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 때문에 큰 기대를 받으며 허가 뒤 높은 치료비용에도 3000명이 넘는 환자가 투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임상시험 과정 중 최초 허가 시와 달리 약물 원액 일부가 바뀐 것이 밝혀지면서 인보사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허가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인보사 개발을 총지휘했던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인보사가 처음 계획과 달리 다른 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식약처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인보사 사태에 이어 메디톡신까지 조작 의혹이 일면서 바이오업계에서는 지나친 성과주의가 낳은 비극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다양한 약물 개발보다는 한두 개의 제품(약물)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제품 개발이 실패할 경우 기업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에 개발자나 대표 등은 성과를 내고자 일부 과정을 생략하거나 시험 조작과 같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이라는 것이 금방 결과를 내기도 어렵고, 개발 과정 중 실패도 많은데 바이오벤처 대부분은 한 제품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칫 임상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못하거나 실패하게 되면 회사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기 때문에 시험 결과 조작 등 해서는 안 될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나친 조급증이 이런 거짓 신화를 낳기도 한다”며 “이런 엇나간 성과주의로 인해 묵묵히 일하는 바이오업계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규제기관의 촘촘한 관리와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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