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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봉준호, 감독 봉준호, 영화 봉준호라는 ‘테마파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개학이 불안했던 모범생은 스크립트 속에 완벽한 계획이 있지 않으면 불안한, 감독 ‘봉테일’이 됐다. 자유분방한 화가 아버지 슬하에서 온갖 순수문화와 대중문화, 서구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란, 호기심 많던 소년은 사회의 불의와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운동권 대학생이 됐다. 그리고 어려운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던,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았으나 가끔은 까닭모를 불안에 휩싸였던, 중산층 소년의 상상력은 ‘추락을 강요당하는 사회 약자에 대한 이야기’로 스크린에 구현돼갔다.”

사람 봉준호, 감독 봉준호, 영화 봉준호에 대한 ‘체험담’이다. ‘봉준호’라는 스크린을 통해 본 우리 세대, 우리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봉준호’라는 비뚤어진 마음의 테마파크에서 겪는 모험담이다.

헤럴드경제 기자이자 영화평론가인 이형석의 ‘계획이 다 있었던 남자, 봉준호’(북오션)는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 등을 차지하며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영화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면면을 작품과 영화계 안팎을 넘나들며 조명한 책이다. 저자가 만났던 봉준호라는 사람에 대한 인상과 기억들, 저자가 봉준호 감독에게서 들은 영화·배우·연출론, 저자가 본 봉준호의 영화에 대한 감상과 분석을 담았다. 저자는 “봉준호를 화두 삼아 나누는 세상, 그리고 우리들의 삶, 우리들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저자는 2003년 ‘살인의 추억’ 개봉 당시 만났던 봉준호 감독에 대한 첫 인상으로부터 시작해 봉준호 감독의 어법과 말솜씨, 영화와 배우, 연출에 관한 철학 등을 인터뷰와 영화계의 뒷얘기 등을 통해 들려준다. 봉 감독의 소년기부터 대학시절, 신인 감독부터 거장이 되기까지 다양한 일화들을 짚어가며 그의 개인적 경험과 성찰들이 어떻게 독보적인 작품과 영화론으로 구현되어가는지를 좇는다. 달변에 사려깊은 사람이고, 축구를 즐겨 인용하는 마니아이며, TV 앞에서 감독의 꿈을 키운 ‘테레비키드’였고, 무의식적 불안과 공포를 주도면밀한 계획성으로 승화시킨 중산층 모범생 출신이라는 봉 감독의 다양한 면모를 저자의 시각과 경험으로 담아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영화 촬영현장의 안팎이 궁금한 독자, 감독과 배우가 작업하는 갖가지 방식을 알고 싶은 영화 지망생, 본인이나 자녀로부터 창의적인 재능과 상상력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 모두가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이다.

봉 감독은 저자에게 스스로를 “비뚤어진 마음의 감독”이라고 했으며 “재미가 있되, 이상한 재미, 괴이한 재미, 비뚤어진 재미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자신만의 ‘파이널 컷’(최종편집권)을 고집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의 작품과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결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다. 곧, 이 책은 봉준호 감독과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작은 ‘참고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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