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2016년부터 연속 4번 패배
‘탄핵 정국’ 이후 변화·혁신 실패
또 다시 수술대…누가 메스 쥐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보수진영이 또 졌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집권 3년차 총선에서 제1야당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진 통합당은 이번 총선으로 ‘4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뼈를 깎는 쇄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재기가 어렵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보다 3석 많은 103석을 확보했다. 반면 여당(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합당은 양당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민주당과의 맞대결에선 굴욕적 성적표를 받았다. 범여권이 약 180석을 확보하면 국회 주도권은 사실상 완전히 넘어가 4년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권자들은 결국 보수 진영이 ‘탄핵 정국’ 이후에도 변화·혁신에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통합당은 이번 총선 때도 과거 새누리당이 보인 공천 잡음과 막말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통합당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이어 황교안 대표의 공천 개입 논란 등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통합당은 또 총선 공식 선거운동 막판에 잇따라 터진 ‘막말’, ‘실언’ 등에 따라 쓴소리를 들었다.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부터 ‘특정 세대 비하 발언 논란’, ‘세월호 텐트 관련 막말 논란’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무당층은 특히 도덕성 측면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특성이 있는데, 통합당이 과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합당은 ‘탄핵 정국’ 이후 흩어진 세력들을 끌어모으는 일도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 반문(반문재인)연대를 통해 결집을 호소했지만,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 야권 통합 과정에서도 여전히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을 드러냈다.
통합당은 황 대표가 총선 참패를 책임지고 사퇴 뜻을 밝힌 만큼, 체질 개선을 위해 또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할 상황이다.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심재철 원내대표가 임시로 대표 권한을 대행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 실시 등 타개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김태호 후보 등 무소속으로 생환한 대권주자들, 5선 고지에 올라 몸집을 불린 정진석·주호영·조경태·서병수 당선인이 잠재적 당권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당 일각에선 막판에 영입한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비대위를 꾸리고 전권을 맡겨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4연패'를 한 이유를 찾으려면 사실상 외부 인사인 김 위원장이 메스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선봉장을 맡은 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의 존재 이유 자체에서 의문을 찾는 이도 생길 것”이라며 “새로운 대안정당의 필요성이 언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