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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올댓M&A]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인데…‘돈줄’로만 인식되는 PEF
M&A서 FI 지위 갖는 PEF
CEO·이사진 파견 등 경영참여에도 ‘돈줄’ 인식 한계
지난해 M&A 딜 절반 PEF가 가져가…“경영전략 경쟁력 인정해야”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경제에 한 바탕 ‘구조조정’ 바람이 불 전망이다. 경제 충격을 견디지 못한 한계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력을 동반한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 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혹한기를 견뎌내야 하는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틈을 타 PEF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팔아야하는 기업과, 사고 키워서 되팔아야 하는 PEF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M&A 시장이 성장해 왔지만, 최근 들어 PEF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구원투수’로만 인식될까 하는 우려다. 이들의 고민은 M&A 딜에서 주로 맡게 되는 FI로서의 지위에 수렴된다.

FI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주고, M&A를 통해 인수된 기업의 경영이 정상화되거나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배당금이나 원리금 형태로 수익을 얻는 ‘재무적 투자자’다. 일반적으로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반면 SI는 경영권을 직접 확보하거나,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적 투자자’다.

그러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인 헤지펀드와 달리 PEF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경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 지분의 10%를 보유하거나, 임원의 선임 등 투자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도록 투자 구조를 짜야 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PEF들은 피투자기업에 전문경영인(CEO)과 사외이사 등을 보내 경영에 참여하고, 기업 가치 제고와 관련한 노하우를 이식, 밸류업까지 이어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PEF는 FI와 SI의 역할이 동시에 요구되는데, 최근에는 지분 인수 후 실질적인 경영개선 활동 수행을 통해 SI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PEF는 여전히 ‘돈줄’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은 KB금융은 첨예했던 인수전에서 유일한 SI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 3대 PEF가 모두 참여해서 ‘PEF 판’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종 승자는 SI인 KB금융이었다.

또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FI에게는 아시아나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결국 SI인 HDC현대산업개발과 FI인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승기를 잡았다. 당시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한 PEF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시장에서는 여전히 PEF를 ‘기업사냥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마무리된 M&A 딜 중 절반 이상이 PEF에 안길 만큼 최근 PEF는 자금이나 경영 전략 면에서 경쟁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는 주요 플레이어라는 인식이 더욱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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