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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눈에 읽는 신간]‘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외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정치적 견해, 이념적 ·윤리적 판단에 따라 소비하는 정치와 소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룬다. 정치적 소비자운동은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부터 경영자의 행태까지 포괄적으로 이념적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화하는 점에서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소비자 운동과 다르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저자는 ‘사립유치원 비리사건’을 비롯, 1528명이나 숨진 ‘안방 세월호 사건’이라 할 만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게임업계에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 진보 언론 불매 운동 동 소비행위와 정치적 입장의 미묘한 관계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정치적 소비자운동은 사실 좌우 진영 양쪽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다. 우파는 시장질서의 교란을, 좌파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으로 정치를 약화시키는 반정치 행위로 여긴다. 저자는 정치적으로 소비하기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수 있다고 본다. ‘내로남불식’ 정치행태, 사적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정의를 얘기하는 정치적 비윤리성을 소비행위를 통해 심판이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인간의 보루/야마카와 슈헤이 지음, 김정훈 옮김,소명출판)=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일명 ‘나고야 지원회’의 회원인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의 자전적 에세이.미쓰비시 강제징용 배상금 판결을 놓고 불편한 한일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녀들’에 대한 배상이 한일 정부 조약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평범한 일본인의 얘기가 울림을 준다. 슈헤이는 80년대말, 90년대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당시 주택산업에 종사하던 샐러리맨이었다. 그는 골프여행차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들른 ‘약속 다방’에서 근로정신대 희생자의 유족, 김중곤씨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 공부를 시켜준다는 꾐에 ‘반도 여자정신대 근로봉사단’이란 이름으로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노동을 하다 1944년 12월 도난카이 지진에 여동생 순례를 잃은 김 씨와 인간적 교류를 이어가면서 그는 ‘나고야 지원회’와 근로정신대 문제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 에세이의 일부는 김중곤의 가족사이기도 한데, 일제 때 도일,태평양전쟁과 해방정국,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상황 등 김씨의 증언을 담아내 피해 가족의 삶을 오롯이 들려준다. 이는 국가 차원의 합의나 법적 시한이 왜 문제가 되는지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가난 사파리(대런 맥가비 지음,김영선 옮김, 돌베개)=84년생 영국 래퍼이자 활동가인 작가가 경험한 가난의 중심에서 들려주는 가난보고서이자, 성찰과 전망에 대한 희망메시지이다.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므로 개인이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도,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거대담론과 달리, 가난의 문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말한다. 시스템의 탓으로 떠넘길 게 아니라 가난한 개인도 세계의 일부이고 책임있는 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글래스고 빈민가 출신인 맥가비는 어린시절부터 알콜과 약물중독,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엄마와 동네, 학교의 폭력적인 상황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를 구해준 건 글쓰기. 타고난 언어감각이 있었지만 독서경험은 별로 없었다. “내가 책을 읽을 수 없는 건 교과과정이 내가 사는 동네나 내 경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가식적인 상층계급의 허튼소리로 가득차 있기 떄문”이었다는 것. 그의 글쓰기의 미덕은 무엇보다 진정성이다.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우울증에 시달리고 약물과 알콜 중독자로 지낸 이야기, 교도소 제소자를 대상으로 랩 워크숍 등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되돌아보는 신랄함으로 가난이 어떻게 계급이 되고 “거대한 상처”가 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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