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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멸종

  • 기사입력 2020-04-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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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10년대에만 전 세계적으로 467종의 생물이 멸종했다고 한다. 이는 자연 발생적인 멸종 속도의 400배 이상이라고 하니 인간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케 된다.

그런데 멸종은 자연 생태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산업계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20세기초 마차산업이 멸종하고 자동차 산업으로 대체된 것이나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로, 메인 프레임이라 불리던 대형컴퓨터가 PC로 대체되면서 멸종한 것이 그 예다.

이미 기업들은 “대체하지 않으면 대체 당한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여 스스로의 사업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기 혁신(self-disruption)에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한 대에 수억원씩 하는 메인 프레임을 팔던 대리점에 몇 백만원짜리 PC를 팔라고 하면 대리점주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 내부 엔지니어나 영업부문의 반대도 클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 모델이 성공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전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다 혹시 실패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두산그룹에서 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할 때도 내부 컨센서스를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연료전지란 수소를 원료로 하는 일종의 소형 가스 발전기로 한 대의 발전기에서 나오는 전기의 양은 적지만 여러 대의 연료전지 발전기를 연결하면 기존 화력발전소처럼 도시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화력발전소보다 유해가스나 온실가스가 덜 나오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비유하자면 기존 화력발전소는 메인 프레임이고 연료전지는 PC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수를 추진할 당시 아직 연료전지에 대한 확실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보니 연료전지 사업의 인수 타당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료전지 시장을 예측하려면 미래의 에너지원을 구성하는 석탄화력, 원전,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정확히 예측해야 하는데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와 미래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사이에서 정부 정책이 어떻게 형성될지 미리 내다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 환경이 급변하거나 미래가 불확실할 때는 남들보다 더 잘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보다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선택 가능성(Optionality)을 확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모델이 ‘반드시 기존 것을 대체하고 성공할 것’이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이 위협받는 미래가 오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선택 가능성 확보를 위한 투자가 반드시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환경 변화에 따라 큰 수익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될 조짐을 보이자 애플이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맥락의 노력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풍력, 전력저장장치(ESS), 연료전지와 같은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선택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백악기 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공룡뿐 아니라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했을 때 먹이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확보한 포유류는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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