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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력사부터 계약 해지…면세업계 ‘감원 칼바람’
코로나 사태에 휴업·폐점 늘자
인원 감축·임금 삭감 등 자구책
‘빅3’ 직간접 고용만 2만5000명
코로나 장기화땐 대량실업 우려
고용지원업종 배제…정부지원 절실

중견 면세점인 SM면세점은 이달부터 도급 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기존 인력의 50%를 감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이 악화되자 서울 시내면세점을 폐점하고 관련 인력을 줄이는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시내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직영 사원 170여명은 공항면세점에 재배치할 계획이지만, 도급 사원 620여명까지 책임지기 어렵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번 사태로 도급 사원 300여명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SM면세점 관계자는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코로나발(發) 인력 감축 칼바람이 국내 면세점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는 단축근무, 유급휴가 등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폐업 매장이 속출하고 임시 휴점이 길어질수록 대량 실직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신라·신세계 ‘빅3’ 면세점과 관련된 직접·간접 고용 인원만 2만5000여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4일 신라면세점 제주점이 휴점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4월 중 주말과 공휴일에 영업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

▶자구책 마련에도 대량 실업 우려 커져=롯데면세점은 지난달부터 희망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이 하늘길을 통제하면서 공항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조치다. 롯데면세점은 김포공항점과 김해공항점의 매출이 최대 90% 감소하자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베트남 다낭 공항점, 하노이 공항점, 나트랑깜란 공항점, 호주 캔버라 공항점, 웰링턴 공항점, 괌 공항점, 일본 도쿄긴자점 등 7개 해외 매장도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은 비용 절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코엑스점, 부산점, 제주점 등 시내면세점의 영업 시간을 단축하고 정기 휴무를 진행하고 있다. 휴점 점포 직원에게는 기존 임금의 70%만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계약 체결을 포기했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에도 점포 휴점과 폐점이 잇따를 경우 기존 고용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롯데면세점의 직접 고용인원은 1100명, 간접 고용 인원은 8100명에 이른다.

신라면세점은 임산부·어린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김포 공항점, 제주 공항점, 푸껫과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신라면세점의 직접 고용인원은 950명, 간접 고용 인원은 6900명으로 사태 장기화 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유급·무급 휴가, 탄력 근무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일부 인천국제공항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직접 고용인원은 580명, 간접 고용인원은 7000여명이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용산점이 20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사진은 5일 문 닫은 서울 용산 매장의 모습. [연합]

▶면세점업 특별고용지원업종서 배제…“정부 지원 절실”=면세업계가 무급휴직, 임금삭감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대규모 실업 우려는 커지고만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관광운송·관광숙박·여행·공연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최대 90%를 보전해주고 있지만 면세점은 제외된 상태다.

이에 면세업계는 지난 8일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면세점업 추가 지정 검토를 요청했다. 이날 면세업계는 “현재 유급휴직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며 “면세점업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관광업 등과 밀접히 연계돼 있어 다른 업종보다 피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면세점 매출은 1조1026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에는 매출 하락폭이 60~80%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면세점업 추가 지정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동안 면세점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항공업이나 여행업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면세협회나 면세점 업체들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신청할 경우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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