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근 |
4.15 총선이 정책 대결이 아닌 세금 퍼주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표를 달라면서 돈 다발을 들고 유권자를 향해 흔들고 있는 중이다. 재난지원금에 눈이 어두워 진정한 총선 이슈를 놓쳐선 안 된다. 정치권은 나라 살림이 거덜 나 베네수엘라 꼴이 되든, 미래세대 청년들이 빚더미에 올라앉든, 국가 부채가 쌓여 부도위기에 내몰리든,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여당이 소득 70%이하 1400만 가구에 100만원(4인 가족 기준)씩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이후 유권자인 국민은 내가 지원금을 받을 대상인지 확인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의 관련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다. 언론도 일제히 “지급기준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재난지원금 관련 보도를 쏟아내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제 재난지원금은 모든 총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정부·여당이 총선을 의식해 서둘러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한 것이 혼란을 키웠다. 지원금을 받는 소득의 경계선에 있는 가구의 불평등, 소득이 많은 가구와 재산이 많은 가구 간의 형평성, 지원금 지급 대상 판정의 기준이 되는 올 3월 건보료에 최근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가구의 사정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 급조된 재난지원금은 형평성 측면에서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다.
4.15총선을 코앞에 둔 여야 정치권이 재난지원금을 일률적으로 전 가구에 100만원(4인 가족 기준)씩 지급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이 경우 들어가는 재원은 당초 9조원에서 5조원 가량 늘어나 14조원에 달한다. 어느 야당 대표가 제시한 대로 전 국민에게 1인 당 50만원(4인 가족 기준 2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필요한 재원은 무려 25조원으로 늘어난다. 대체 그 세금은 누가 내나.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여야가 국가부채를 마구 늘려 복지 판을 키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은 여야의 세금 퍼붓기 경쟁에 현혹되지 말고 각 정당과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재원 확보 대책 등 공약의 실천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투표에서는 최적임자 선택은 어렵고 차선 또는 차차선만 뽑아도 성공이라고 한다. 내가 투표하지 않으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최악의 정당과 정치꾼이 4년간 나를 다스리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기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데는 다음에 중점을 둬야 한다. 첫째, 어느 정당과 후보가 앞으로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 둘째, 당장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저소득층,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을 누가 제일 잘 해결할 것인가, 셋째, 어느 정당이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주력산업과 대기업의 붕괴를 막아 코로나19 종식이후 경쟁력이 살아나 성장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안목과 식견이 있는가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다. 이는 유권자인 국민의 권리이면서 의무이기 때문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문 정부 3년의 국정 공과를 정확히 따져 투표해야 여당이 승리하면 지금보다 더 잘할 것이고, 야당이 승리하면 정부·여당의 잘못을 거울삼아 더 잘할 것이다. 특히, 문 정부의 주요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노동친화정책,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 교육정책, 북핵, 미·북·중 외교정책’ 등 7대 국정 과제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 그래야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실력을 알고 제대로 대접하고 무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