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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격리 이탈자 계속 발생…'손목밴드' 채우면 해결될까
자가격리자 4만6000여명 중 일부 이탈 사례 나와
방역당국 "이탈 방지 위해 손목밴드 도입 고민 중"
"공익 측면에서 고려해봐야" vs "실효성 의문"

홍콩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전자팔찌. 연합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이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손목밴드(전자팔찌)'를 착용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고 오히려 유증상자들이 검사를 회피하는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비공개 회의에서 전자 손목 밴드 도입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브리핑에서 "일부 자가격리 이탈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손목 밴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손목 밴드는 자가격리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10m 이상 떨어지면 모니터링단에 경보를 전송,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해 이탈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6일 오후 6시 기준 전국에 자가격리 중인 사람은 4만6566명인데 지금까지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감염병예방법 혹은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은 75명(67건)이다.

이들은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휴대전화를 격리장소에 두고 외출하거나,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외출하는 방식으로 이탈 행동을 했다.

이달 초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한 서울 노원구의 20대 남성은 자가격리 중 지난 6일 외출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닌 것이 밝혀졌다. 인천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자가격리 중이던 40대 아들과 인근의 사찰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목 밴드는 기존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보다 더욱 강화된 자가격리 이탈 방지 수단이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동의를 받아 손목 밴드를 부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자팔찌'가 범죄자들이 착용하는 '전자발찌'를 연상케 한다는 점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목 밴드 착용을 피하려고 유증상자들이 코로나19 검사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도 손목밴드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손목밴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자가격리자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익적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공의 목적에서 도입을 논의해봐야 한다"며 "4만명에 이르는 자가격리자를 아무런 아이디어 없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관리하면 뉴욕, 밀라노처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법률적·윤리적 측면을 검토해야겠지만, 논의조차 하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손목밴드 도입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휴대폰과 손목밴드를 모두 집에 놓고 외출한다면 이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탈한 자가격리자를 추적·관리할 만한 인력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교수는 "손목밴드 착용으로 외출을 막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밤늦은 시각, 이른 새벽에 이탈하면 결국 경찰 등 사법권을 동원해야 하는 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인력과 시스템이 모두 필요한 데다 여기에 드는 자원과 예산도 적지 않을 텐데 그만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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