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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수 작곡가는 어떻게 ‘미스터트롯’의 중심을 잡았을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조영수(44) 씨는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심사위원(마스터)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냉철하면서도,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진실 되고 따뜻한 심사를 해줘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13명의 마스터 군단중 유일한 작곡가로서 심사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나갔다.

조영수 작곡가는 지난 17년간 SG워너비의 ‘라라라’, 이승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홍진영 ‘사랑의 배터리’, 유산슬(유재석)의 ‘사랑의 재개발’을 포함해 무려 600곡이 넘는 노래를 작곡한 히트메이커다. 장르도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발라드·R&B·댄스·트로트 등 다양한 곡을 만들고 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그를 실제 만나봤더니, 약간 쑥스러워 하는 표정이 오히려 매력있게 느껴졌다.

조영수 작곡가는 그동안 음악예능에 섭외를 많이 받았지만,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 민폐가 될 것 같아 매번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때문에 채널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에도 도망다녔다는 것.

“그런데 서혜진 PD가 찾아왔다. 영수 씨에게 바란 게 그런 게 아니라면서. 오히려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면 안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유머가 없고 재미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 작곡가들은 달변이거나, 지식을 뽐내는 스타일이 많았다면, 나는 그런 스타일과는 달라 오히려 신선하게 보여진 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조 작곡가는 낯을 가리는 성격에 겁도 많고, 상처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작곡가를 섭외할 때 독하게 해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는 독설을 할 수 없다.

“방송 울렁증도 있다. 카메라 앞에서는 어색하고 집중이 잘 안된다. 그런데 ‘미스터트롯’때는 하나도 안떨었다. 참가자는 녹음실 부스 안에 들어가 있는 가수이고, 나는 가수의 디렉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작곡가가 디렉팅할때 처럼 그대로 했다. 이때 툭툭 던지는 건 녹음실 상황 그대로 한 거라 나도 잘 모른다.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첫소절 ‘곱고 희던 그손으로’를 부를때 ‘곱에서 다 끝났다‘라고 한 건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만약 컨셉을 정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말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이 같은 조영수 작곡가의 여린 성정은 남을 거침없이 비판하게 어렵게 한다. 남을 비판해도 기분나쁘지 않게 한다. 비판받는 사람이 인정하게 만든다. 그만큼 그의 심사는 설득력을 갖췄다는 말이다. 그가 얼마나 ‘미스터트롯’ 심사를 꼼꼼하게 했는지는 열심히 본 시청자라면 다 안다. 심사의 책임감, 의무감을 느낀 듯했다.

“‘미스터트롯’은 음악프로이자 예능 프로다. 작곡가는 나 한 명인데, 내가 음악적으로 잘못 판단해버리면 안된다. 분위기가 예능으로 가고, 신나는 분위기일수록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 음악이 잘 안들리면, 몸을 앞으로 움직여 좀 더 잘 듣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음악적으로 실수하지 않으려 했다. 공연을 많이 한 가수는 현장감이 강하다. 방송에서는 정제된 소리가 좋을 수 있다. 그래서 마스터가 혹평했는데 시청자가 듣기에는 의문을 표시할 수 있다. 현장과 티비 앞 분위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경연 무대는 매번 무대가 바뀌지만, 공연은 가수에 음향 상태를 최대한 맞추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미스터트롯’의 인기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는 ‘미스트롯’보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아이돌도 남성보다 여성의 팬심이 더 세다. 그래서 남자편이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향평준화됐다. 과거에는 종반에 오면 우승자와 2~3위 예상이 쉬웠는데, ‘미스터트롯’은 5명이 조금씩 바뀌어갔다. 곡 선정에 따라, 또 현장이 조금만 달라져도 변수가 생겼다. 우승자에게 주는 곡을 미리 쓰지 못했던 것도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들어서다.”

조영수 작곡가는 마스터들이 마지막회 결승전에서 실시간 투표 집계를 발표하지 못한 이유가 예측하기 힘든 참가자가 우승함으로써, 이변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발표를 못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는 것. 사고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각축이 치열했다는 것이다.

조 작곡가는 특히 임영웅, 이찬원, 영탁 세 명의 판도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자의 팬들까지 가세해 서로 경쟁하는 완전 아이돌 시스템이었다. 가족끼리도 ‘픽’이 갈렸다.

조 작곡가는 진선미(眞善美)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했다. “임영웅은 발라드만 부르는 여느 가수들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다. 영웅이는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떤 호흡을 했을때 사람들이 잘 반응하는지를 알고 있는 영리한 가수다. 영웅이는 내가 곡을 쓰고 김이나 씨가 가사를 쓴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도 마치 이야기하는 듯 가사를 전달하며 최대한 잘 소화해냈다.

영탁은 노래를 그냥 부르지 않는다. 편곡과 힘 조절을 잘 알고 불러 자신의 능력 이상을 보여준다. 이찬원은 에너지가 너무 좋다. 자기 색깔이 확실해 보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다.”

그는 “저의 사무실(넥스타엔터테인먼트)앞에서 엄마팬들이 앉아계신다. 혹시 임영웅이 올까봐, 여기 와서 노래 연습하고 녹음 하지 않을까 해서다. 특 A급 아이돌한테만 있는 현상이다”고 전해주었다.

조 작곡가는 소속사인 넥스타엔터테인먼트에 국악인인 강태관을 영입했다. 탑7에 들지는 않았지만 트롯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고 계약하게 됐다.

“강태관이 ‘대전블루스’를 부를때 나와 장윤정이 좋다고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미묘한 감정을 건드리는 데가 있었다. ‘한오백년’때는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셨다. 강태관은 트롯을 불러본 친구가 아니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일반부 장원 출신이다. 출연도 제작진의 제의에 의해 이뤄졌다. 트로트를 오래 불렀다면 계약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태관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잘 프로듀싱하겠다.”

연세대 생명공학과에 다녔던 조영수 작곡가는 1996년 MBC 대학가요제에 남녀 4중창단 그룹 ‘열두번째 테라’ 멤버로 나가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작곡가의 길은 2003년 제대후 유명 작곡가 박근태를 만나면서부터다.

“(박)근태 형이 제 노래를 듣자마자 나랑 같이 하자고 했다. 작곡과 편곡을 나에게 연습시키면서 바로 공동작곡을 제의했다. 2004년 서울가요대상을 받은 신화의 7집 ‘브랜드 뉴’는 근태 형이 작곡하면서 특정 부분을 나에게 써보라고 해 공동작곡이 됐다. 남들은 연습할때 나는 대형가수의 곡을 쓰면서 시작했다. 운이 좋았다.”

조 작곡가는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결국 실력이었다. 작곡가로 데뷔하자 마자, SG워너비의 ‘사랑하길 정말 잘했어요’ V.O.S의 ‘눈을 보고 말해요’ KCM의 ‘흑백사진’ 등을 잇따라 작곡하며 명성을 얻었다. 제작자들의 곡 의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 작곡가는 “특히 미디엄 템포 발라드에 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는 미디엄 템포가 싫었지만 제작자는 원했다. 개인적으로 ‘사랑의 배터리’(홍진영)와 ‘마법소녀’(오렌지 카라멜)를 더 좋아했다. 두 곡 다 씨야를 위한 곡이었지만 하나는 트로트 가수가, 또 하나는 아이돌이 불러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넥스타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로 소속 가수의 기획과 제작도 함께 하고 있다. 작곡가가 가수의 제작을 맡으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마마무의 제작자인 작곡가 김도훈, 성시경을 제작했던 작곡가 황세준의 예를 보면서 작곡가 조영수도 제작에 동참했다. 그는 요즘 작곡가로서, 뮤직 비지니스맨으로서 약간 고무돼 있다.

“저희 가수가 메인이 된 적이 없었다. 케이시가 이번에 잘해주었고 이번에는 강태관과 계약했다. 이제 시작이다. 가능성 있는 친구를 계속 영입할 계획이다. 아이돌보다는 트로트, 발라드, 알앤비, 보컬 그룹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내가 심사위원으로 있는 서울가요대상에서 케이시가 신인상을 받는 걸 보면서 행복하고 뿌듯했다.”

조영수 작곡가는 저작권료 1위를 휩쓸던 2015년 어머니, 그 이듬해 아버지에게 큰 병이 오면서 자신도 공황장애를 겪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기적적으로 부모님이 완쾌했고, 자신도 건강을 되찾았다.

“2016년부터 3년간 하늘이 날 테스트한 거라고 생각한다. 건강이 제일 소중한 걸 느꼈다.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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