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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부부의 세계’ 김희애, 원숙미의 재발견

-열일 하는 감정 연기…심리극의 진수 ‘치명적 매력+공허한 눈빛’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55세 여배우가 이런 원숙한 연기를 펼치는 것은 실로 오래간만에 본다. 제작진들이 연기가 안되는 젊은 여배우를 쓰는 것보다, 연기 잘하는 중년 여배우를 제대로 활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캐스팅이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를 연기하는 김희애는 중년여성의 원숙함이 주는 지적이면서도 성적인 매력이 가장 잘 활용되고 있는 사례다. 이런 시도가 자주 있어야, 나이 든 여성 캐릭터도 당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누나미(美)' 정도로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50대 주부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부각된 전례는 별로 없었다. 젊고 예쁜 배우는 많아도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배우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우아함과 함께 지적이고 단호한 이미지를 함께 풍기는 김희애라는 존재는 단연 도드라진다. 지성미와 원숙미 관능미, 이런 단어들이 지선우를 연기하는 김희애에게 썩 잘 어울린다.

대중문화계는 나이가 들면 잘 안써주는 문화가 있다. 그러니 여배우의 이미지는 30대로 넘어가면 드센 아줌마 등 희화화된 캐릭터나 약화된 이미지, 다시 말해 개인적 자아를 상실한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에서는 젊은 배우라면 김희애처럼 열일 하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게 여배우의 명줄을 누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세월의 농익음이 연기력으로 묻어나고 있다.

김희애는 감정 소모가 엄청난 지선우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 사랑, 배신을 둘러싼 감정들에 대해 더 깊어진 김희애의 표현력은 특히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끊임없이 터지는 반전과 변수 속에서 배신감과 절망, 슬픔과 불안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지선우의 감정을 예리하게 조율한 김희애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지선우의 감정에 이입하며 분노하고, 울고 웃었다. 이처럼 몰입도가 장난이 아닌데, 이것도 상당 부분 김희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배신이 남긴 뜨거운 분노의 감정을 더욱 날카롭지만, 전략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지선우의 거침없는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마디로 심리극의 진수라 할 수 있다.

한편, 김희애는 지난 4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에서 비밀스럽고 도발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거침없는 지선우의 행보를 보여주며 파격 전개를 이끌었다.

극중 지선우는 이혼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남편 회사의 회계를 맡고 있는 친구 제혁(김영민 분)과 만났다. 김희애는 제혁에게 묘한 위안을 얻는 선우의 모습으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제혁의 발칙한 미끼에 이미 결심했다는 듯이 하룻밤을 함께 한 선우는 대담하게 행동했고, ‘김희애표 불꽃 연기’는 치밀하게 펼쳐졌다.

김희애는 영혼없는 눈빛, 허한 마음과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선우의 허망함을 극대화 시켰다. 유혹의 덫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지만, 캐릭터가 처한 벼랑 끝 외로움을 부각시켜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선우는 “여자라고 바람 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냐. 다만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며 사는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 하는 거지. 이제 이런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제혁에게 선을 그었다. 이어 남편 태오의 티오엔터 법인자금내역, 이태오 개인 계좌 현황을 요구했다.

김희애는 신뢰를 저버린 남편의 지옥행을 단순한 반전이 아닌, 촘촘한 감정선으로 채우며 ‘심리극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또 위험한 관계를 맺은 도박 같은 결정에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임을 암시해 어떠한 반격 태세를 갖출지 궁금하게 만든다.

김희애는 파격적인 소재임에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김희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현실감 넘치는 대사,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는 지선우의 결단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아들까지 남편의 불륜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우는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것”이라며 뜨거운 복수를 다짐했다. 남편을 향한 반격의 결정타를 예고한 김희애의 살기 어린 눈빛이 치열해질 전개를 암시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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