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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태조 이성계의 능만 봄에 미리 벌초할까?
문화재청, 건원릉 청완예초의 국민관람 없이 5일 진행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건원릉(健元陵)은 원래 태조(이성계)의 뜻에 따라 (자신이 활약하던) 북쪽(함흥)의 청완(억새)을 봉분 덮는 풀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풀이 매우 무성하였습니다. 대신들은 다른 사초(풀)를 쓰더라도 무방하다고들 하였습니다."

병자호란이 있기 7년전인 1629년 3월 묘역 관리 업무를 맡는 신하가 임금에게 태조 이성계의 묘의 풀이 여느 능과 달리 억세고, 주변의 잡목 뿌리가 침노한다고 아뢰자, 임금은 억새를 쓴 뜻이 유지하되 잡목을 제거하라고 명한다.

임금은 또 한식(寒食)에 쑥뿌리 등을 제거할 때 나무 뿌리까지 뽑아버리지 않고 나무가 큰 뒤에야 능 전체를 고치려고 하다니 그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태조왕릉의 예초시기를 봄 한식으로 못박았다.

이 능에 관한 기록물인 건원릉지에는 ‘한식 때 으레 사초(억새)를 자르면 여름에 새싹이 돋아 나오고 가을에 이삭을 맺으며 서리가 내릴 때에 시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성계의 능은 억새를 써 봉분을 가렸다는 점에서 다르다. 풀이 억세다 보니 봄에 반드시 잘라줘야 했다. 봄에 미리 풀을 말끔히 깎아주면 가을엔 어차피 시들어버리니 조금만 다듬으면 되는 것이, 태조 이성계 능의 특징이었던 것이다. 이 의례는 이제 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나명하)는 오는 5일 한식을 맞아, 구리 동구릉(사적 제193호) 내 건원릉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를 자르는 ‘청완 예초의’를 진행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일반시민 참여 없이 약식(略式)으로 진행된다.

2010년부터 매년 한식날에 일반 시민들과 함께 억새를 베는 ‘청완 예초의’는 봉분의 억새를 베는 ‘예초의(刈草儀)’,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 중대한 일의 이전이나 이후에, 일에 대한 사유를 고하는 제사)’, 고유제가 끝난 다음 제향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복례’(飮福禮) 순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때문에 올해엔 시민들이 청완예초의에 참가하지 못한다. 사진은 작년행사 음복례.

한편 문화재청은 현재 궁궐과 왕릉 관람객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궁궐과 왕릉 안내해설을 2월 8일부터 중지하고 있으며, 전 직원 마스크 착용과 특별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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