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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어진 김에 쉬어 가겠습니다”…‘코로나 시대’ 취준생들 생존법
면접·자격증·토익시험 다 미뤄져
고시반·기숙사 폐쇄…알바도 ‘뚝’
3월 청년 ‘그냥 쉬었음’ 더 늘듯
“기업지원 늘려 채용 촉진 절실”

학교는 ‘온라인 개학’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지만 채용 시장은 여전히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채용이 얼어붙으면서 일명 ‘코로나19 세대’로 분류되는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로 취업 일정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며 “코로나로 엎어진 김에 쉬어가겠다”고 자포자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소비를 촉진하기보다는, 채용과 생산이 자연스레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도록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음(별도의 사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경제활동인구)’이라고 답한 사람은 235만7000명에 달했다. 2003년 통계청 조사 시작 이래 해당 월 기준 사상 최대였다. 이 중 20~29세 청년층 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39만1000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채용 일정뿐 아니라 각종 어학·자격증 시험까지 미뤄지면서, 취업 기회는 물론 스펙 쌓기조차 녹록치 않은 취준생들의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련기사 21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과정에 지원했던 정모(27) 씨는 “3월 중순 잡혀 있던 면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구직 활동에 전념하려 해도 컴퓨터 자격증, 중국어 시험, 토익까지 다 미뤄지니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공부할텐데, 하반기 채용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어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학교 기숙사가 폐쇄되면서 동생 집을 전전하고 있다는 이모(27) 씨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때문에 고시반 폐쇄, 기숙사 퇴사, 공채 일정 중단이 연쇄적으로 벌어졌다”며 “(서울)노원구에 있는 동생 집에 머물며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다. 현재 받고 있는 구직활동지원금도 5월이면 끝나 경제적 불안감도 커졌다”고 했다.

그나마 생계 유지 수단이던 아르바이트 자리는 줄고 나이는 들어 불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준생 김모(30) 씨는 “23세 이하 출전 가능한 올림픽 축구도 내년 출전 가능 여부가 논란이라는데, 나이 제한이 올림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취업 시장에서도 나이는 하나의 스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매주 나가던 아르바이트도 이달부터 격주로 나가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400~4000번 저어 만든다는 ‘달고나 커피’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월 졸업생이 쏟아져 나온 3월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지난 3월 ‘그냥 쉬었음’ 비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처럼 소비를 촉진하기보다는, 채용과 생산이 자연스레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도록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추경으로 인위적으로 늘린 일자리가 코로나19로 다 날아가버린 것을 곱씹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호 기자·김빛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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