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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미뤄진 아시아나 매각…HDC현산-산은 ‘기싸움’ 불가피
아시아나, 내달 7일 유증 늦춰질듯
코로나19로 기업결합 승인 지연
산은·수은 두산중공업 1조 지원에
아시아나항공도 추가 지원요구 등
HDC현산-산은 물밑 협상 예상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산업은행과의 추가 지원 협상이라는 새 국면에 진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 업황이 악화되면서, 인수 부담이 늘어난 현대산업개발과 어떻게든 매각을 성공시키려는 산업은행 간 ‘기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7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1조4665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4월 7일’이었던 자금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최근 변경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구주매각(3228억원)과 신주발행(2조1772억원)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매각 과정의 초기 단계다. 유증을 통해 유입된 자금의 일부(1조1745억원)는 산은·수은의 지원자금과 주식담보부 차입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일정 연기 가능성을 열어둔 직접적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지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주인수계약서에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선행 조건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승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유증 일정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산업 전체가 흔들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대산업개발 안에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가 보다 약했더라면, 위약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발을 빼고 싶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딜 클로징의 공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는 것만으로 업황 불황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현대산업개발은 산은 등에 기존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한도를 유지하면서 자금 회수 일정을 늦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는 한편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해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산은은 “공식적으로 해당 요청을 해온 적은 없다”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산은·수은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지원을 결단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산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에 대해 대주주의 고통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을 전제로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은 입장에서도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우량한 대주주의 인수를 지원하는 데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두산건설(BB-, 하향검토) 등 자회사 지원 부담을 안고 있는 두산중공업(BBB, 하향검토)을 지원하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평가다.

두산 측이 강도 높은 자구안을 들고 나온 점도 주목 요인이다. ㈜두산 및 두산중공업이 책권단과 협의중인 자구안에는 두산건설 매각은 물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가 두산중공업 유증에 참여하는 방식의 사재 출연 방안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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