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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취소 위약금' 면제 논란…문체부는 반대
전염병 발생했을 때 위약금 면제 가능할까? 관련 규정 없어
강효상 의원, 법제화 시도…문체부 "여행사 불리, 절반씩 부담해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여행 취소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법 움직임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예기치 않게 이번 코로나19로 여행을 취소하고 위약금까지 물어낸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이와 관련한 입법활동이 왕성해졌고 일부 법안은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신혼여행 등 불가피한 여행마저 취소되는 상황을 맞은 이들을 중심으로 여행취소 위약금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문체부와 한국소비자원, 법무부 등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민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관련기사 "전염병도 천재지변일까?…공정위, 빗발 민원에 고심 중"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법 개정안에는 감염병 등 위난상황을 사유로 여행을 취소하면 여행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여행자에 과실이 없기 때문에 위약금 또한 낼 필요가 없다는 민법상 '과실책임의 원칙'에 기반한 아이디어다.

문체부는 여행업계를 대변해 반대 입장을 냈다. 문체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 "민법 적용을 받지 않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기업(OTA)에 비해 국내 여행사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며 우려 입장을 나타냈다.

부킹닷컴, 아고다 등과 같은 글로벌 OTA는 숙박예약, 항공예약 등 하나의 서비스만 제공한다. 이러한 계약은 민법상 여행계약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에 비해 숙박·항공·관광 등을 묶어 여행상품으로 파는 여행사는 민법 적용을 받는다. 문체부는 법 개정으로 여행사만 취소 위약금을 떠안게 돼 결국 글로벌 OTA의 시장점유율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봤다.

또 문체부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여행계약 해지에 대해서도 해지사유가 누구의 사정에 속하지 않는 경우 각 당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고 한 민법 조항과 균형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출국장이 텅 비어있다. 이날 김해공항 국제선은 일일 이착륙 항공기 수가 0대를 기록했다. [연합]

반면 다른 기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한국소비자원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이 있을 땐 여행자의 계약 해제권을 명시화할 필요가 있어 입법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기술적으로 천재지변·감염병 등 위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박장호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은 "현재 감염병을 이유로 여행계약을 해제할 경우 손해배상 면제를 규정한 법률상 근거가 없어 소비자 입장에선 위약금을 부담하게 돼 여행 취소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개정안을 통해 재외국민의 안전사고 예방, 감염병 예방·관리 강화 등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소비자 권익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취소 수수료를 떠안게 되는 여행사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이번을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든 위약금 부담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했다.

양 입장 간 충돌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법에 감염병도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이를 명분으로 위약금을 부담하게 된 여행사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 교수는 "영세 여행사도 많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안되면 법이 유명무실화될 것"이라며 "감염병으로 인한 계약 취소를 판단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분명 필요한데 법에 이를 명시하는 것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국외여행 표준약관이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과 같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데다 감염병을 위약금 면제 사유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여행을 취소하면서 위약금까지 물어낸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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