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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 산책] 포스트 코로나19

그야말로 전쟁이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그리고 생존을 위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전례 없는 파격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은 무제한 통화완화 또는 한화로 수백조~수천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11조7000억원의 추경을 포함한 32조원의 지원책에 이어 100조원의 추가 금융 지원책을 내놓았다. 일부 지자체에 이어 중앙정부도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에도 볼 수 없었던 방식과 규모의 대책들이다. 당장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을 위해 불가피한 대책들이기도 하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생계가 어려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징세권을 갖는 국가의 존재 이유다. 견실한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사태로 파산해 실물경제 기반이 와해되거나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로도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는 이미 초저성장기에 진입해 사실상의 제로(0)성장시대가 예고돼 있었다. 지난해에는 2.0% 성장에 턱걸이했지만 재정기여도(1.5%포인트)를 제외하면 민간 성장률은 0%대 중반에 불과했다. 올해는 생산연령인구가 20만명 이상 감소해 잠재성장률까지 떨어지는 등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호주의 바람으로 대외 여건도 불투명하고,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으로 경제를 떠받치는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 경제를 돌려놓을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 과정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가 고려되지 않고 부실 기업과 채무구조의 개혁이 지연된다면 그 여파는 더 클 수 있다. 우리 기업을 지키겠다면서 무차별적 지원에 나설 경우 모럴해저드 가능성도 있다.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도록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자영업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축소돼왔지만 아직도 과잉 상태라는 점에서 무조건 모두 살리겠다는 접근 방식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도 마찬가지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지원 대상의 선별과 전달 체계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정부의 각종 수당과 지원금, 추경으로 지원되는 각종 쿠폰, 일부 지자체와 정부의 재난기초생활비까지 중복 여부를 정밀 체크해 꼭 필요한 계층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참에 사회안전망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과 각종 감면제도 등 세출 구조의 전면적 개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당장의 위기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그 이후를 우려하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재정 여력은 고갈되고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이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정밀화·체계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해준 헤럴드경제 정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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