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끼는 최우수 등급 거부, 보통 등급으로 고시?

환경부, 최우수 페트병 라벨 설명회, 코로나19로 연기

인천시만 최우수 등급 추진, 4월 중으로 출시 앞둬

환경오염 나몰라라? 환경부 재활용 정책 무시하는 지자체들
환경부의 친환경 재활용 정책을 무시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재활용업체 직원들이 페트병 재황용을 위해 접착제 라벨을 분리하는 모습.
환경오염 나몰라라? 환경부 재활용 정책 무시하는 지자체들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전국 지자체가 생산하는 병입 수돗물과 관련해 환경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들은 인천시를 제외하고는 기존 보통 등급을 유지하거나, 최우수 등급 도입을 망설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국내 재활용 여건과 외국 사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비롯해 업계,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9개 포장재 재활용 등급기준을 기존의 1~3등급에서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개선했다.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몸체가 무색이고, 라벨은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제거될 수 있는 재질·구조로 생산돼야 한다. 따라서 이를 등급기준에 반영했다.

우선 페트병 라벨의 우수 이상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분리배출할 때 라벨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절취선 등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분리배출하지 않은 라벨은 재활용 세척공정에서 쉽게 제거되도록 물에 뜨는 재질(비중1 미만)을 사용하고 접착제를 사용할 때 열알칼리성 분리 접착제만 사용하고 바르는 면적을 0.3% 이하로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는 올해 각 지자체와 업계를 대상으로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 포장재 생산계획을 오는 9월달까지 제출토록 하고, 제출 기관이나 업체가 스스로 평가한 등급기준을 심사해 재활용이 우수한 등급에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주도해야할 지자체들이 병입 수돗물 생산에 사용되는 페트병과 라벨을 보통 등급으로 신청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가장 먼저 생산계획을 고시한 인천 미추홀 남동정수사업소는 ‘최우수’ 등급을 신청해 이미 업체 선정을 마치고 4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천이 선택한 페트병 라벨은 제주지역 소주업체가 처음으로 사용해 알려진 방식으로 접착제 도포 면적이 0.3% 이하며, 열알칼리성 용액 60도에서 용해되는 재활용 최우수 등급이다. 생산단가도 기존 보통 등급보다 10% 이상 저렴해 세금을 절약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친환경 라벨을 수용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대구시 고산정수사업소와 순천시 맑은물관리센터는 최근 수돗물을 담는 페트병 라벨을 보통 등급에 준하는 기준으로 지난 23일 고시하고, 업체선정에 들어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재활용에도 취약하고 비용도 더 비싼 라벨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의 재활용 정책에 반하는 제품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는 것.

대구시와 순천시 관계자는 일단 최우수 라벨을 생산하는 업체가 두 곳에 불과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제주 소주업체에서만 이 방식을 사용하고, 인천시가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이어서 조금더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고시를 앞두고 있는 부산시 덕산정수사업소와 대전시 송촌정수사업소는 아직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미 구입한 재고를 소진하기까지 시간이 있고, 환경부에 자체제안서를 제출하는 기한도 9월까지 6개월 정도 남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환경부가 관련업계와 협력해 ‘최우수’ 등급으로 개발을 추진 중인 비접착식, 비중1 미만의 절취선 라벨의 생산 여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월 20일 개최 예정이던 친환경 포장재 등급 관련 설명회를 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지자체나 기업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