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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어지러우니 보이는 것들

  • 기사입력 2020-03-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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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소한 중국 중부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폐렴이 국경을 넘을 가능성,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까. 우리나라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날인 1월 19일만 해도 중국 확진자는 60명 남짓일 뿐이었다. 그러다 이튿날 국내서 첫 환자가 나오고, 2차 3차 감염사례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신천지 대구 교회서 집단감염 뇌관이 터졌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이내 밀려든 감정은 분노였다. 비난할 대상은 많았다. 일부는 중국에 대한 혐오를 표했고, 일부는 초기 방역에 실패한 정부를 비난했다.

또 다른 일부는 대규모 확산의 도화선이 된 특정종교 탓을 했다. 집단분노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태세를 전환한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희망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맞닥뜨리는 건 우울감이다.

일련의 과정들은 ‘퀴블러 로스 이론’과 상통한다.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말기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죽음에 이르는 동안 정서적 반응이 다섯 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를 거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죽음은 아니지만,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역시 반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위치는 현재 ‘우울’쯤에 와 있는 듯 하다.

특히 환자들의 트라우마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코로나 확진·완치자의 상담을 진행하는 대구 정신건강보건센터는 “나 때문에 직장폐쇄가 된 것 같다” “뿔뿔이 흩어져 가족들이 고생한 것도 나 때문인 것 같다. 죄책감이 너무 많이 든다” 등의 상담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코로나 사태로 온나라가 어지러운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들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뜻하지 않은 수확이다. 평상시엔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이 가장 그렇다. 마음놓고 운동하고 공연장을 찾고 여행을 떠나고 좋은 사람들과 가볍게 맥주 한잔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보통 일상 말이다.

전국 각지에 숨어 있던 작은 영웅들도 눈부시게 등장한다.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가 낯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간호사들, 세계가 놀란 드라이브스루 진료소와 이동형 음압기를 고안한 의료진, 기초수급자와 유치원생들의 손에서 나오는 마스크 기부 행렬. 해외의 그 흔한 생필품 사재기도 없이 지혜롭게 이 시기를 나고 있는 우리 국민들도 영웅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소란스러운 이때, 유능한 정치인과 행정가가 누군지 더 잘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는 사태가 종식되지도 않았는데 “대한민국은 글로벌 방역 모범국”이라고 공치사를 했고, 누구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고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마스크를 놓고는 쓰라, 쓰지마라, 아껴쓰라, 한바탕 코미디를 펼쳤다. 어떤 정치인이 말로 혼란을 자초했는지, 어떤 지도자가 말 대신 행동으로 안심시켰는지, 국민은 지난 두 달간 또렷이 봤다. 그래서 한편으로 감사하고 안도한다. 사회에 필요한 진짜 리더를 가려낼 안목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이 고생인데, 얻는 것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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