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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가루 가격 인상 본격 시작…라면·빵 가격도 위협
제분업계 판매가 인상압박 심해
호주 가뭄 ‘밀 가격 급등’ 이유
소비 위축 속 실행은 쉽지않아

지난해 호주 가뭄 등 영향으로 밀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국제 밀 시세가 치솟자 밀가루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대선제분이 이달 본격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그간 눈치를 봐오던 제분업계가 판매가 인상에 줄줄이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밀가루 가격 인상은 이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크다.

23일 제분업계에 따르면 대선제분은 밀가루 중력 2등급과 1.5등급 제품에 대해 이달부터 10% 이상 판매가 인상을 알리는 내용의 공문을 거래 업체들에 발송했다. 해당 제품은 20㎏ 대용량 제품으로, 대선제분은 현재 기업간거래(B2B) 시장에만 진출해 있다. 이번에 가격이 오르는 중력 밀가루는 제면과 제과 등에 두루 쓰인다.

밀가루 가격 인상 가능성은 올 초부터 거론돼왔다. 국내 제분업계가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는 건 국제 밀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가격은 이달 평균 부셸(27.2㎏)당 513.4센트 수준이다. 올해 1월 565.3센트까지 치솟았을 때보다는 떨어졌으나, 지난해 3월 평균가인 453.3센트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밀 가격이 치솟은 건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호주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작황이 부진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호주의 밀 생산량은 2017년 2100만톤, 2018년 1800만톤, 지난해 1500만톤으로, 최근 3년간 평년 수준인 2500만톤을 밑돌고 있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신곡(新穀)이 나오기 전까지는 (원가 부담이)지속될 수 밖에 없는데 10~11월경에나 수확을 시작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까지 공급 문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근 제분업계는 원가 부담이 누적되며 수익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장 선두업체 중 하나인 대한제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5억원으로 전년도 328억원에 비해 30% 가까이 급감했다. 제분과 생물자원(사료)사업이 주축인 사조동아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전년 동기(248억원)보다 반토막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익성 위기에 제분업체들은 판매가 인상에 나설 시기를 조율 중이다. 대한제분은 “원가 압박이 심해지면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양사, CJ제일제당 등은 아직 가격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나, 올 하반기까지 밀 공급 불안정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시작돼 6개월여 이어진 호주 산불도 올해 밀 작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밀 가공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맥 수입가격 인상에 따라 제분업체들이 가격 인상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밀가루 값이 오르면 이를 주 원료로 쓰는 라면, 빵, 과자 등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다만 이들 업계는 아직 가격 인상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된 분위기에서 가격 인상까지 감행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밀가루 값 인상에도 당분간 원가 부담을 감내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내놨다.

이 가운데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도 제분업계에 변수로 떠올랐다. 밀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호주 역시 자국민의 출국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내놓은 상태다. 이들 제분공장이나 선적항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정석 한국제분협회 부장은 “보통 4~5개월씩 선도구매를 해놓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는 있지만, 수출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선적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계약대로 공급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며 “현재로선 코로나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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