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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진의 세상보기] ‘대구 17세 청춘 희생 예견된 일,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발생한 고교생 A(17)군 사망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예견된 일이었다. 의료 시스템에 따라 즉각적인 치료만 받았어도 상태는 달라졌을 것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코로나19에 올인돼 결과적으로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다. 폐렴 증상을 보인 이 청년은 지난 13일 경북 경산중앙병원(그 전 수차례 방문)을 거쳐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다.

본지 기자는 코로나19 파문 초기 이 같은 일(일반환자를 위한 진료 미비점)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사전에 경고한바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서 일반 중환자 선별진료소 내몰려…’ 단독 보도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정작 일반응급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한 노인이 욕실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쳐 치료를 위해 병원 여러 곳을 다녔지만 몸에 열이 난다며 아무 곳도 받아주지 않아 보호자와 함께 자정을 넘긴 시간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의료 대응 체계에 기인한 것으로, 역설적으로 이 시스템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응급 환자 치료를 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통해 지역에서 일반 중환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으며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있는 등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공동 지정으로 영남대병원 등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였다. 앞으로 더 이상의 일반응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몸서리가 처진다. A군은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아버지가 직접 운전한 차로 18㎞ 떨어진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핸들을 잡은 아버지 심정을 이해한다.

불과 2주일여 전 일이다. 온가족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대 딸이 열이 오르내리고 혼절 직전까지 가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자가격리,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선별진료소 (음성)검사 결과에 따라 일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매 순간 1분 1초가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두려움에 떤 시간들이 선하다.

코로나19가 지나갈 때까지 절대로 열나고 아프면 아니 된다는 말이 지금도 주위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A군의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을지는 몰라도 일반 보건의료 시스템 미 작동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질본의 발표를 듣고 안심을 했다. 젊은이가 코로나19로 사망하지 않았구나. 그게 안심할 일인가. 평소 신상에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누구나 처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손가락 끝을 볼 것이 아니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봐야 한다. 보건의료당국은 젊은 청춘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

다시 한 번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에 촉구한다. 허점이 없는지 전국의 모든 의료 시스템 점검에 즉각 나서라. 말로만 아닌 국민이 체감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를 요구한다. 또 다시 A군 같은 허망한 죽음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부모와 가족들은 지난 20일 A군을 화장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A군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헤럴드경제 / 대구·경북취재본부장]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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