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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매출 제로(0)” “주식 반토막”…한번도 경험못한 세상[‘코로나19’ 벌써 두 달]
3000만원 투자 주식이 1500만원…“버틸수 밖에”
매출 사실상 제로…대구 자영업자 “성경 보며 위로”
아침형 인간돼 저녁이 있는 삶 누리는 사례도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광주 동구 동명동의 한 거리에 ‘착한 건물주분들의 따뜻한 결정에 감사드립니다’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박재석 수습기자] #1.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에 사는 강모(40)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투자한 주식이 반토막이 됐다. 주식에 넣어 뒀던 여윳돈 3000만원이 현재 1500만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강 씨는 “넣어 둔 주식 가격이 떨어진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위안한다. 전체가 불황이니, 결국은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버틸 수 밖에 없다”며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카카오톡 대화방이나 현장 동료들 사이에서 ‘지금이 투자 적기다. 있는 현금 다 끌어모아라’는 말이 들려 올 때마다 씁쓸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2.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 앞에서 차유리 교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61) 씨는 월 매출이 90%이상 떨어졌다. 보통 매년 3월이면 3000만원 수준의 매출이 났는데, 이달에는 차 앞유리만 가는 손님 4명이 고작이라는 것이 윤 씨의 설명이다. 윤 씨는 통화에서 “매출이 30분의 1로 떨어졌다. 사실상 매출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병원 앞이라 계속 앰뷸런스 소리가 들린다. 더 심란하다”고 했다. 이어 “ 반(半) 포기 상태로 요즘에는 성경책과 시집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은 두 달째 ‘멈춤’ 상태다. 지난 1월 20일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개월 된 20일 현재 환자 수는 8652명로 늘었다. 사망자 수도 94명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그동안 ‘겪지 못한’ 세상이다.

주가는 폭락했다. 이달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3.56포인트(8.39%)나 1457.64로 거래를 마감했다.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코로나19 사태’이후 손해 본 사람들의 사례가 줄을 잇는다. 일부 직장인은 “1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며 본인 주식 계좌를 사진을 찍어 인증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급락했다. 한 달 간 매출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는 자영업자의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학원, 공공기관 등에서 휴업에 들어가면서 강사들의 수입은 끊겼다. 대형 마트 문화센터 강사로 일하는 배모(42) 씨는 통화에서 “이달에 예정된 강좌가 일단 휴강된 상태여서, 집에만 있다. 3월 수입은 제로다”며 “이번 학기 강좌가 전부 없어지면 6개월 동안 돈을 못버는 셈이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병수 원장은 “다른 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많이 줄었다지만 정신과의 경우는 많이 준 것 같지 않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공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면서 장애가 더 심해지기도 하고, 기존에 병력이 있던 사람들도 상황이 악화됐다고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람에게는 코로나19 사태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 지역에 사는 문모(42) 씨는 “주식이 많이 빠졌지만, 결국엔 다시 오를 것”이라며 “현금이 있으면 지금 주식을 살 때라고 생각한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총 3023만8046개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계좌 수가 꾸준히 증가, 이달 6일 처음으로 3000만개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덕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도 한다. 고양시에 사는 영업사원 김모(43) 씨는 코로나19사태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 지난달 25일부터 재택근무를 하면서다. 오전 1시에 잠이 들어, 오전 8시 넘어서야 일어나던 김 씨는 이제 오후 10시면 잠이 들고, 다음날 오전 5시면 눈이 떠진다. 대학 졸업 이후에 거의 손을 놓다 시피 했던 책도 읽기 시작했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나폴레온 힐 성공의 법칙’ 등 자기계발서와 명상 서적 등을 손에 들었다. 김 씨는 “재택근무를 한 이후 임신한 아내의 표정이 좋아졌다”며 “평생 겪어보지 못한 시간들이지만, 이 시간들을 잘 쓰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택근무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업무 효율성이 증가됐다는 말이 나온다”며 “사람들이 힘들긴 하지만, 코로나19로 기존의 악습, 고정화된 룰이 깨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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