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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한미 통화스와프, 가뭄의 단비지만 안심은 금물

한미 간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불안한 외환시장에 가뭄끝 단비와도 같다. 하루 새 40원, 최근 한 달 사이 130원 넘게 폭등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변동을 보이던 환율도 20일 하락세로 출발한 것을 보면 타이밍도 적절했다. 특히 정부가 과감한 50조원대 민생경제대책을 내놓은 시점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통화스와프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금융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기우를 신속하고 전격적인 체결로 잠재운 것도 평가할 만하다. 모처럼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조치를 이뤄낸 당국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중요한 것은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과 증시의 불안감을 해소하며 경제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의 여부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외환 보유고의 안정적 유지 효과를 위해 미리 약정된 환율에 맞춰 상대국 통화를 교환(swap)하는 계약이다. 국가 간 개설하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셈이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계약은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규모는 그때 300억달러의 두 배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도 4000억달러가 넘어 당시에 비해 두 배가 됐다. 기간도 최소 6개월, 오는 9월 19일까지로 한시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타개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하고 연장도 가능하다.

IMF가 권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은 3개월치 경상지급액이다. 우리의 경우 대략 1500억달러 정도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율은 외환보유액 대비 33.9%에 머문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과 거주자 외화예금까지 감안해 8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없지 않지만 현재 확보된 규모라면 일단 금융불안의 급한 불은 끌만한 여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실물경제의 현실을 짚어보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경제는 외환측면에서 어려움이 연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그리고 전자 등 모든 업종의 수출은 위축 상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수요와 공급이 위축되면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엔 타격이 더 크다. 안그래도 1월엔 경상수지흑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든 10억달러에 불과하다. 3월엔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늘 쌓이기만 하던 외환보유 곳간이 퍼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수와 함께 수출 지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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