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일상 정지됐다"고 답한 비율 높아져
특히 주부와 자영업자의 일상 정지 감정 높게 감지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국민 대부분은 '일상이 정지됐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2~3월 총 5차례에 걸쳐 코로나19가 국민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국민들의 일상 변화 정도를 점수화해 0점이면 '완전한 일상 정지', 100점이면 '이전 일상 그대로'라고 구분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말과 2월 초 전염병 주의 단계가 '경계'가 된 직후 실시한 1차 조사에서는 평균 58.4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월 23일 '심각' 단계가 된 이후 48.3점으로 떨어졌다. 이 때부터 초중고교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 외출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11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선언된 이후 13일 조사에서 47.7점으로 더 낮아졌다. 국민 대부분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일상이 정지됐다고 느낀 것이다.
성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남성(평균 51.3점)에 비해 여성(평균 44.2점)이 일상의 정지를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부의 일상 정지가 확연하게 감지됐다. 주부의 일상 정지 점수는 3차 조사(2월 말)에서는 38.4점으로 가장 낮았고, 최근 조사에서도 41.7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개학이 늦어지면서 자녀를 집에서 보호하느라 여성·주부 등의 일상 정지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민감도가 높았다. 3차 조사까지만 해도 전체 평균보다 높거나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4,5차 조사에서 45.5점, 41.3점으로 지속적으로 일상 정지 수준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이 3차 조사에서 38.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인 후 차츰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별 차이도 있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최근 신규 확진자 증가세 둔화에 따른 일상 회복의 기미가 감지되는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확진자가 급증하던 3차 조사시기에 20대(46.1점), 30대(40.0점), 50대(53.5점) 등 사회생활이 활발한 연령일수록 일상이 정지됐다고 느끼는 감정이 높았다.
유 교수는 “WHO의 팬데믹 선언과 방역 당국의 생활방역 강조는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어서 되찾자’는 접근법을 넘어 '새로운 일상'으로 복귀를 위한 실질적·심리적 자원을 확보하라는 요청으로 들린다”며 “감염증 취약층을 보호하는 방역 활동과 더불어 이런 심리방역 취약 집단을 지원하는 회복력 강화 노력이 통합될 때, 신종전염병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위기대응 역량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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