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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눈에 읽은 신간]냄새로 추적한 조지 오웰의 생애 ‘오웰의 코’외

▶오웰의 코(존 서덜랜드 지음, 차은정 옮김, 민음사)=‘냄새’를 통해 조지 오웰의 발자취와 생애를 읽어낸 독특한 평전. 2012년 후각 기능을 상실한 영국 문학평론가 존 서덜랜드는 문학이 주는 위안속에서 오웰을 읽기 시작하는데, 그는 문득 오웰의 모든 글에서 남다른 생생한 냄새를 포착한다. 오웰의 대표작 ‘1984’는 각종 냄새로 가득한데, 가령 “삶은 양배추와 오래된 누더기 발판 냄새”“중국 쌀 증류주같이 역겹고 느글거리는 냄새”, 몇 시간 전에 자리를 비운 누군가의 땀냄새를 “양배추 냄새”보다 지독하다고 표현하는 등 오웰은 비글급 후각을 자랑한다. 파라핀 냄새를 달콤하게 여겼던 오웰은 산문 곳곳에도 각종 냄새를 흩뿌렸다. 버마의 티크, 영국의 목초지, 여러 빈곤의 냄새, 죽어가는 인류의 분위기, 타자기와 덜 마른 잉크 냄새 등이 남아있다. 특히 “하류층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라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상징적인 문장은 오웰 자신의 생애와도 관련이 있다. 저자는 오웰의 다양한 냄새야말로 ‘1984’가 그려낸 냄새 없는 전체주의에 대한 폭로라는데 닿는다.

▶그 시절, 2층에서 우리는(오쓰카 에이지 지음, 선정우 옮김,요다)=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특정 대중문화 취향을 이르는 오타쿠는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한 말이 됐다. 어떤 쟝르, 작품은 그 시대 문화를 특징짓기도 하는데, 일본 오타쿠 1세대 오쓰카 에이지가 쓴 이 에세이는 오타쿠의 탄생과 여정, 서브컬쳐의 역사와 특징, 그 속에 담긴 사회적 가치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쓰카 에이지는 1980년대 도쿠마쇼텐 애니메이션 잡지사의 엽서 정리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간다. 정규직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이들을 ‘2층 주민’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업무는 다양했다. 잡지 편집 방식이나 건담 프라모델 제작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CF콘티를 직접 그리곤 했다. 이들은 도쿠마쇼텐으로 모여들기 전, 나름대로 새로운 오타쿠 문화나 방법 등을 만들어내고 있던 개척자들이었다. 한국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건담’이나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나의 문화로 여겨지는 건 이들의 공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오타쿠 탄생과 성장 비화를 직접 들을 수 있다.

▶타인의 해석(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영사)=우리는 많은 경우 상대방을 잘 안다고 착각, 오해와 갈등을 겪곤한다. 막연한 인상이나 감 만으로 타인을 만나 결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왜 우리는 타인을 파악하는 데 서투른가?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고, 믿었던 기업 임원은 기술을 내다 팔고, 투자자를 속이는 사기에 쉽게 넘어간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 글래드웰은 우리가 잘못된 전략에 고집스럽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진실일 것이다’는 가정부터 깨트리라는 권고다. 우리가 거짓말하는 이들을 몰라보는 건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한데.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다. 그렇게 인간이 설계돼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밖에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는 투명성 관념 맹신도 타인을 오해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인의 진실에 다다갈 수 있을까? 답은 명쾌하진 않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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