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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도시화, 팬데믹…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할 때 즈음, ‘재택근무’가 일반화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엔 도시와 시골 간 공간 구분이 희미해지고, 비대면 인간관계가 늘면 굳이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자연스럽게 이동이 줄고, 도시 집중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여겨졌다.

1992년 전화선을 이용한 PC통신 하이텔이 국내 첫 서비스를 시작한 후,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네트워크 사용이 일반화한 현재까지 30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인 도시화는 변함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의 도시 거주 인구는 1990년 75%에서 현재 82% 수준으로 높아졌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한국 도시 거주 인구가 2050년까지 86%로 높아진다고 예상했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는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은 55% 수준인 전세계 도시 인구 비율이 2050년엔 68%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25억명 정도가 도시에 새로 거처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람들은 왜 도시로 계속 이동할까. 일자리가 있고, 배울 게 있고, 무엇보다 즐겁기 때문이다. 도시는 서양사상의 근간을 이룬 고대 그리스 아테네부터, 르네상스를 연 이탈리아 피렌체,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 버밍엄, 지금의 IT메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줄곧 인류 발전의 거처였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는 인재를 모으고 혁신을 이루며,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왜 도시로 모이는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 중 이런 게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 학생들을 6명씩 짝지어 돈을 버는 게임을 했다. 한 그룹은 게임 전 10분 동안 직접 만나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30분 동안 SNS 등 전자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도록 했다. 결과는 직접 만난 그룹 내 학생이 훨씬 더 잘 협력하고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전자적으로만 만난 그룹 학생들은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훨씬 뚜렷했다.

기업들이 왜 굳이 땅값이 비싼 실리콘밸리나, 서울 강남에 건물을 사서 들어오는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재들이 모여 눈빛과 생각을 교환하고, 경쟁하면서 나오는 시너지는 비대면 소통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전염병은 이런 도시를 위협하는 가장 막강한 존재다.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는 숙주를 통해 전파하는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을 만든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팬데믹(대유행병)은 모두 도시에서 일어났다. 14세기 중엽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게 한 흑사병(페스트), 16세기 잉카문명을 멸망시킨 천연두, 20세기 초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은 스페인 독감 등 사례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상을 공격한다. 모임을 막고, 재택근무를 확산시킨다. 도시적 삶을 공격하며 일상에 깊이 파고든다. 그럼에도 역사는 늘 도시가 승리했다. 전염병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시 모여 삶을 재건하고 미래를 도모했다. 이번엔 과학이라는 무기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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