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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혐오·감염공포와의 사투 한달…대구 “희망이 피어납니다”
신천지쇼크·대구 포비아 상처에도
의료진 지원 등 전국서 온정·응원
성숙한 시민의식에 극복의지 더해

“눈물이 날 정도로 답답하고 힘겨운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끝까지 참아서 이겨낼 거에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7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신도인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 지역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이 기간 동안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매일 수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암흑의 시간들이 이어졌다. 17일 현재 전체 확진자 8320명 가운데 대구 지역 환자 수는 6098명. 전체의 73.3%에 해당하는 숫자다.

끝모를 확산 공포가 이어졌지만 시민들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며 출구를 찾았다. 자신보다 더 힘든 이웃을 도우려 팔을 걷어붙이고 십시일반 온정을 모으며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힘내요대구’ 등 해시태그 응원이 잇달았다. 안심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엿새째 두 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진정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여성 김모(36) 씨는 “이정도 기세면 일주일 정도 뒤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그라들것으로 생각한다”며 “눈물이 날 정도로 힘겹고 답답하지만 능히 참아내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700여명과 소방구급대원들도 힘을 보탰다.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방호복 부족은 여전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 심각했던 의료인력 부족은 대구시의사회, 군의관, 공중보건의 등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연일 시민이 보내는 후원 물품과 응원 편지는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분노케 한 일들도 적지 않았다. 여당 정치인의 지역 봉쇄 발언과 정부 자료의 ‘대구 코로나’ 표기, 온라인에서의 지역혐오 발언 등 이른바 ‘대구 포비아’로 시민은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제조업 불황에 소비심리는 얼어붙어 지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364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 경기를 조사한 결과 2월 제조업 업황 BSI는 53으로 전월보다 7포인트 하락하고 전국 평균보다 12포인트가 낮았다. 특히 대구 제조업 업황 BSI는 35로 전월보다 20포인트나 급락해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구 달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5)씨는 “대구시민은 강하다”며 “힘겹고 고통스러운 코로나 사태 한 달을 지나고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 15일 대구와 경북 경산·청도·봉화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권 시장은 “당장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과 신속한 지원이 없으면 무너질 수 있는 자영업자 등을 조속히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시민정신으로 잔인한 3월을 이겨내면 희망찬 4월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 대구 시민들은 코로나19를 능히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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