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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희 신임 해경청장 인터뷰] “어부의 막내아들…안전하게 바다를 누릴 수 있게 온 힘”
배타서 돈벌겠다 각오로 부산수산대 진학
경비분야 섭렵…해경 공채 출신 첫 청장
기본 탄탄한 현장 중심의 강한조직 목표
4차산업 혁명 대비 드론·무인기 등 활용
다양한 전문가 확보 조직전문성 키울 것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청사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김홍희 신임 해양경찰청장이 남북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우리나라 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김 청장 뒤로 보이는 지도다. 박해묵 기자

지난 4일 김홍희(52·사진) 신임 해양경찰청장의 임명은 여러 면에서 파격이었다. 우선 치안감(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에서 치안총감으로 2계급을 승진했고, 첫 해경 공채 출신 청장이었다. 더욱이 거론됐던 청장 후보들 중 가장 젊은 나이였다.

지난 13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해양경찰청 청사에서 김 청장을 만났다. 해경 본청에서 경비계장·경비과장·경비국장을 거친 ‘경비통’답게 현장형 용장(勇將)의 풍모가 느껴졌다. 감염병 탓에 악수 대신 주먹을 맞부딪히며 인사를 나눌 때 특히 그랬다.

그러나 대화를 나눌수록 관리형 지장(智將)의 느낌이 들었다. ‘현재진행형’인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중국어를 익혔다는 이야기도 그런 느낌을 더했다. 김 청장은 “6개월 동안 중국어를 독학하고, 2년 6개월간 현지 유학을 다녀온 뒤 인하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땄다”고 했다. 그 결과 해경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해당 사안을 다루는 전문가 중 한 명이 됐다.

‘어부의 아들’인 그가 해경의 수장이 된 것은 지난달 해경에서 ‘해경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치안감 이상인 자’만 청장이 될 수 있게 한 ‘해양경찰법’ 제정이라는 행운도 있었지만, 해경이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기 위해 꾸준히 준비한 노력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첫 해경 출신 청장 아닌가.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내가 17대(청장)인데, 역대 청장 중 14명이 경찰(육경)에서 왔다. 나머지 해경 출신(청장) 두 명은 각각 해군과 행정고시 출신이어서,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이다(김 청장은 간부후보생 출신). 어깨가 많이 무겁다. 해경의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 달라는 임명권자(대통령)의 의지와 해경이 눈높이에 부응해 달라는 국민의 염원을 함께 느껴서다. (청장)후보군 중 내가 가장 젊었다. 젊다는 것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의지와 염원을 이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이 삶의 터전인 우리 바다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런 각오가 돼 있다.

이때 김 청장의 집무실에서 눈에 띈 것은 남북의 방위를 거꾸로 뒤집은 우리나라 지도였다. 북한·중국·러시아, 육지에 가로막혀 답답했던 우리 국토가 삼면(동해·남해·서해)의 푸른 바다로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느낌을 줬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 같았다. 김 청장은 “우리나라는 북한이 있어 섬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도를 돌리면 위로 가면 태평양”이라며 “과거 해양수산부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해경의 희망이 담겨 있는 지도”라고 말했다.

-해경이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68년 경남 남해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산으로 유학을 와 초중고를 다니고 부산수산대(현 부경대)에 입학했다. 시골 출신이라 배 타서 돈 벌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해군 ROTC(학생군사교육단)에 들어가, 졸업 후 군대 생활을 하게 되면서 해경을 알게 됐다. 군대에서 독학으로 시험 준비를 한 끝에 간부후보생(42기)으로 해경에 입직했다. 독학으로 공부했다는 소문이 나서 모교에서도 전설이 됐고, 이후 많은 동기랑 후배가 해경에 들어왔다. 교육을 받고, 1994년 4월 경위를 달고 제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어부의 아들’이 해경의 수장(首長)이 된 셈이다. 왠지 극적인 느낌이 든다.

▶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 셋 되신 아버지는 소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한글하고 셈만 겨우 안다. 나는 2남 3녀 중 막내다. ‘막둥이는 배우지 못한 한을 대신 풀어 달라’며 공부하라고 나를 부산으로 보낸 사람도 아버지다. 그 마음이 스스로를 다잡는 기초가 된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항상 아버지를 생각했다. 바닷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들이 사고가 나면 같이 마음 아파했다. 직원(이 사고 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부친이 떠올라서였을까. 해경 직원들이 생각나서였을까. 이때 김 청장은 “직원들도 같은 마음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해경의 인력 규모는 어떻게 되나.

▶전체 인력은 1만3000여 명이고, 의무경찰을 빼면 1만1000여 명이다. 과거에 비해 인력이 많이 늘었다. 솔직히 인력이 부족하지만, 그것만 탓할 수는 없다. 바다 위에 사람이 서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장비를 이용해 선행 감시를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앞으로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해경을 이끌 계획인가.

▶첫째는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취임한 다음날인 지난 6일 전국 해역을 비행기로 다 돌았다. 서해를 지나 제주도 밑 이어도를 거쳐 동해 NLL을 거쳐 다시 해경이 있는 인천으로 돌아왔다. 6시간가량 걸리더라. 당시 전남 목포에 들러 임무 중 순직한 박경조 경위의 흉상도 둘러 봤다.

둘째는 현장에 강한 조직의 구축이다. 기본을 바탕으로 한 강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 과거에는 해경이 경찰 활동만 한 측면이 있었다.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일반적 구조만 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는 1분 1초라도 빨리 가서 국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구조에도 전문적 소견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셋째는 미래의 준비다. 향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드론, 무인기, 인공위성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해경은 지난해 9월부터 스마트 추진단을 운용 중이다. 단순히 2차원, 3차원 적인 것뿐만 아니고 공간적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연구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경의 전문성 제고다. 구조뿐 아니라 직원들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확보하고 싶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문호를 열어서 다방면에서 우수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싶다.

대화 말미 김 청장은 “현재 해경에는 기상 전문가도 없고, 방금 이야기한 인공위성 분석가도 없다. 빅데이터 관련 전문가도 없고, 통계도 아직 일원화가 덜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 인력도 보강해야 한다.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인천=신상윤·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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