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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튀 논란에 ‘제2의 엘시티’ 우려까지…해운대그랜드호텔 매각 후폭풍
직원 노조 “밀실 매각에 격앙, 법적 대응에 나설 것”
러시아 자본 ‘1300억원대 시세차익’ 먹튀 의혹 일어
고도제한 등 사업성 불투명, 엘시티 사태 재발 우려

해운대그랜드호텔 전경. [사진 =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갑작스러운 폐업 후 2개월 만에 전격 매각된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시세차익을 노린 먹튀 의혹과 더불어 또다른 특혜성 개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직원 200여명이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었던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직원 노조측과는 일절 상의없이 서울의 한 부동산투자개발사에 일방적으로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 대금은 2409억원, 매각대금 2400억원과 부대비용 9억원을 포함한 금액으로 매수사인 MDM플러스는 해운대구청에 이미 취득세까지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전까지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자본금 4억5000만원에 불과한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자본금이 675억3000만원에 달한다.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의 지분구조는 대표인 러시아 교포 2세 출신인 H 씨 33.33%, 해운대그랜드호텔 S 대표 33.33%, 또 다른 H 씨 33.33%로 공시됐고, 이들은 모두 상호 관련인들로 알려져 있다.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은 2006년 6월에 설립, 직원수 4명의 국제해운대리점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2007면 12월, 설립 1년6개월 만에 돌연 해운대그랜드호텔을 인수해 호텔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러시아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당시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 김만식 대표는 러시아 자금설을 일축하고 자신이 은행을 통해 부채를 제외한 820억원을 충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H 씨에 대해서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 매각자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의 지분구조는 H 씨를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김만식 대표는 2012년 2월 아예 호텔 대표자리에서도 물러났다.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사실상 해운관련 사업은 접어야할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때문에 러시아 자금이 페이퍼 컴퍼니와 김 대표를 내세워 호텔을 인수하고 시세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13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노린 먹튀논란과 더불어 고용승계 불안 등 지역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텔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측은 밀실 매각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노조측은 이번 사태를 매각·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단체협상을 위반한 밀실 매각으로 규정하고, 호텔 대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또한 매수사인 MDM플러스를 상대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투자개발사인 MDM플러스가 호텔업이 아닌 분양을 통해 수익성 개발에 나선다면 200여명 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호텔부지는 각종 건축규제로 개발업자들이 원하는 사업성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개발과정에서 제2의 엘시티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지 면적은 총 1만1643㎡(3500평), 용도지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최고 용적률이 1000%다.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따라 이 부지에 근린생활시설, 병원, 업무시설, 관광시설,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업무시설을 지을 수 있지만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은 안 된다. 특히 해운대 해변 일대가 가로구역별 고도제한구역을 받아 최고 높이 90m로 제한된다.

이같은 도시계획상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건설업계에서는 인수업체측이 기대하는 사업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칫 관할 해운대구청과 부산시의 특혜성 시혜가 이뤄진다면 또다시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MDM플러스측은 매각이 이뤄진지 1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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