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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예배당에 담긴 의미

코로나 19 비상사태로 많은 이들이 모이는 교회라는 공간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찍이 예배당은 열린 공간이었다. 누구나 와서 기도하는 곳, 가난하고 아픈 이들, 아이들에겐 세상과는 다른 위로의 장소이자 놀이터였다. 언제부턴가 덩치가 커진 교회는 아무때나 문을 열지 않게 됐다. 수 만명의 신도가 모이지만 왠지 가까이 가기 어려워진 것이다.

소설가이자 목사인 주원규 작가가 예배당이란 공간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예배당 건축기행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곰출판)를 냈다.

근대화와 민주화, 전쟁과 분단 등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해온 교회, 도시화와 대형교회들, 보존과 변화 사이에서 흔들리는 교회의 안과 밖을 살폈다.

저자는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건축가 김수근의 사유와 성찰로 이끄는 묵직한 양식과 강원용 목사의 인권과 민주화를 향한 종교에의 신념의 조화를 읽어내고, '87민주화항쟁의 요람인 향린교회의 도심 속 화려한 빌딩에 가려 낡고 허름한 모습으로 여전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펄럭이는 플래카드를 보며, 종교 본연의 가치를 돌아본다.

또한 사대부들이 세운 100년의 역사를 지닌 북촌의 안동교회의 역사를 견뎌온 시간에 주목한다. 격동의 시기들을 교회가 할 바에 충실하며 지내온 시간들은 추모의 벽에 일일이 새겨진 신자들의 이름과 함께 조용히 빛을 발한다. 저자는 영락교회를 통해서는 복음의 순수성과 이념 사이에서 한국교회의 또 다른 고민을 보여주며, 소망교회, 명성교회, 사랑의 교회 등 대형교회의 세련되고 웅장한 현대적 건물에서 도시유목민들을 집어삼킨 자본주의 교양의 함정을 읽어낸다.

건물의 밖과 안은 뫼비우스띠처럼 연결되고 곧 교회의 역사와 소명으로 안내하는데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고민을 만나게 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주원규 지음/곰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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