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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지 마세요’ 무시무시한 세계의 장벽들

냉전의 종식과 민주화· 정보화는 세계의 장벽들을 없앤 듯 보이지만 여전히 견고하거나 새로운 장벽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작 ‘지리의 힘’을 통해 지정학이 어떻게 세계를 바꿔놓았는지 파헤친 팀 마샬의 근작 ‘장벽의 시대’(바다출판사)는 세계 곳곳의 물리적 장벽부터 공동체 내부의 제도·심리적 장벽까지 장벽을 통해 분리와 차별의 역사, 국제사회 역학관계, 현대인의 사회심리적 현상을 풀어낸다.

30년 분쟁지역을 누벼온 베테랑 저널리스트답게 그의 착목 지점은 광범위하고 깊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미국의 멕시코 장벽,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장벽과 아랍의 봄, 인도의 계급사회와 유럽의 통합과 분열까지 장벽은 곧 지구촌 분쟁의 현장임을 알게 된다.

그 중 난민을 차단하는 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민의 나라 미국은 인종,종교,민족적 배경을 넘어 자유의 가치 아래 포용성을 보여왔지만 이제 비백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인구의 40%룰 차지하는 비백인이 미국적 문화와 가치를 해칠 것을 우려한다.

영국 역시 동유럽이 하나의 유럽으로 묶이면서 이주민이 늘어나자 고립의 길을 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룰 가르는 분리장벽은 첨예하다. 가시철조망으로 덮인 약 8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슬래브 장벽에는 일부 전기가 흐르고 높은 감시탑이 있다. 뱅크시가 팔레스타인 쪽 벽에 낙서그림을 그려 유명세를 타기도 한 이 장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둘의 분열 못지 않게 이스라엘 내 유대계와 아랍계, 엄격한 종교적 구분 등 분열과 차별의 실상을, 팔레스타인 역시 파타운동과 하마스 등 갈등에 주목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벽도 있다. 아프리카 꼭대기 사막의 모래 위에 모래로 세운 장벽이다. 서사하라를 통과해 모로코의 일부로 들어가는 270km에 달하는 2m 높이로 쌓아올린 모래장벽이다. 방벽 양쪽으로 참호가 수 킬로 뻗어있고, 지뢰 수백만 개가 매설돼 있다. 사하라 시라위족이 살던 곳을 스페인이 철수, 모로코에 넘겨주면서 독립하려는 폴리사리오해방전선에 맞서 세운 장벽이다.

저자는 부자나라들이 계속 장벽을 세워나가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해법으로 부의 재분배를 제시한다. 즉 개발도상국들이 G20 국가 집단의 부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이 살 만해지도록 만듦으로써 이주와 난민을 막자는 제안이다.

새 주민들 입장에선, 난민에 대한 현지인들의 거부반응이 자신들의 문화와 가치가 훼손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점에서 기존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공동체에 합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장벽의 시대/팀 마샬 지음, 이별철 옮김/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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