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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부동산 시장과 코로나 공포

헐리우드발 ‘기생충’ 소식으로 전 국민이 환호할 때 즈음 시작된 중국발 ‘바이러스’가 어느새 모든 걸 잠식했다. ‘코로나19’로 불리는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우리의 먹고, 만나고, 일하는 모든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주 2~3회 잡혀 있던 저녁약속은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는 회사 공지가 떨어졌다. 방송에선 연일 집밖으로 나가지 않기를 권한다. 잠시 가게를 가려해도 마스크를 쓴다. 방송에서 조차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사무실이나 엘리베이터나 세정제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른다.

코로나19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소비산업이다. 음식점, 술집, 극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주말에도 썰렁하다. 부동산은 특히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부동산 시장은 공간을 사고파는 곳이다. 당장 상가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니 영업이 되지 않고, 투자 수익률은 떨어진다. 배달 문화 확산으로 이미 빈 점포는 느는데, 들어올 임차인이 없다.

서울 명동, 종로 등 특급 상권도 다르지 않다. 건물주들이 수백만원씩 월세를 낮추고 있지만 2월부터는 아예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꼬마빌딩’으로 통하는 소형 건물 매매 시장도 주춤하다. 유동 인구가 줄면 상권 및 임대 수요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매매를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래가 안되면 급매물이 하나둘 늘고, 시세는 하락한다. 요즘 각광 받는 공유오피스 시장은 사용이 줄고,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위기다.

주택 매매 시장도 감염에 취약하다. 이미 수차례에 걸친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책으로 거래가 잘 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 코로나19가 덮쳤다. 서울 조차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51.0으로 지난달에 비해 무려 30.9포인트나 하락했다. 17개월 내 최저다.

분양 시장에선 사람들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 견본주택을 온라인 상의 사이버견본주택을 대체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건설사들은 보통 견본주택 통해 수요자 동향을 파악한다. 상담석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보면 진짜 수요자들의 규모와 관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걸 못하니 건설사들이 수요자 동향을 파악하고 분양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기간을 좀 길게 보면 꼭 낙담할 필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역대 전염병 확산 시기 부동산 시장은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후엔 오히려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2015년 5월20일~12월23일) 수도권은 물론 전국 집값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년 정도의 침체를 벗고 본격적으로 상승한 시점이다. 발병 기간 동안만 전국 아파트값은 3.1%, 서울은 3.8% 올랐다.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던 ‘신종플루’ 상황은 환자 수나 기간 면에서 현재와 비교적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자 수가 76만명이 넘고, 사망자수가 270여명이나 나왔다. 당시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충격이 컸기 때문에 이후 시작된 집값 하락세에 전염병이 얼마나 작용했는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다만 당시에도 전염병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는데, 전국 기준 아파트값은 발병 시기 동안 3.57%나 올랐다. 이 시기 서울 집값은 1.63% 상승해 전국 평균에도 못미쳤다. 전염병은 똑같이 확산됐는데 서울 집값 상승폭이 작았던 건 직전까지 너무 많이 오른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염병 보단 대외 경기 변수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사태로 막연히 공포감을 느끼고 경제활동을 미루거나 멈출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경기부양을 하는 등 각종 부양 효과도 있어 상황이 종료되면 경기가 오히려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6일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발생한 전염병 사례를 보면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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