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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사회 부패 드러나, 고인 죽음 헛되지 않아”…문중원 기수 102일만의 발인
아빠 영정에 고사리손으로 향 피운 어린 남매
관 부여잡은 아내…부산 렛츠런파크서 영결식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발인식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인사들을 비롯한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청산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이 고인의 영정과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발인이 고인이 숨진 지 102일 만에 엄수됐다.

발인제는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4호실에서 9일 오전 7시께 시작됐다. 빈소에 있는 유족들과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고인의 딸(9)과 아들(7)이 아버지의 영정 앞에 향을 피운 뒤 가장 먼저 절을 올렸다. 영정 사진 속 고인은 말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부인 오은주 씨는 발인제 내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흐느꼈다. 재배를 하고 엎드린 채로 한동안 통곡하기도 했다. 뒤에서 울음을 참던 고인의 부모도 간단히 묵례로 예를 표했다. 이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청산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 장례위원회의 위원장들이 함께 고인에게 절을 올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의 박승렬 목사는 조사(弔詞)에서 “마사회의 부패와 갑질에 막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나”며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남매를 남겨 두고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인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 첫걸음이 됐다. 마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드러났고, 여러 사람이 죽어도 꿈쩍하지 않던 마사회의 잔인함이 모든 이들에게 고발됐다”며 “고인을 대신해 동지들이 싸움을 이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치실에 관이 나오자 유족들은 오열했다. 아내 오 씨가 운구차에 실린 고인의 관을 부여잡고 놓지 못했다. 발인제에 참여한 유족과 시민 60여 명은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한국마사회가 죽였다. 대통령이 해결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말을 대충 타라는 등 부당한 지시 때문에 기수로서 한계를 느꼈고, 이에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마방을 받지 못했다’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와 유족들은 문 기수가 숨진 지 99일째였던 지난 6일 장례를 치렀다. 마사회가 애도 표명과 재발 방지안을 약속하면서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부산으로 이동해 이날 오후 2시 고인이 생전 근무하던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영결식을 연다. 장지는 경남 양산 솥발산공원묘원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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