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이 4·15 총선에 앞서 ‘보수 빅텐트’를 외친 데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보수 진영은 미래통합당으로 ‘태극기 세력’도 합류, 반문(반문재인)연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물꼬가 터졌다는 평이 우세하다. ‘선거의 여왕’의 귀환이란 말도 돌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은 이를 옥중 선동 정치라며 평가절하했다. 이들 일각에선 범 진보세력을 결속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는 말도 나온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을 놓고 ‘반가운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황 대표는 “역사적 ‘터닝 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나온 천금 같은 말”이라며 “정권 심판이란 대의 앞에 결코 분열해선 안 된다는 말이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거대야당 중심 통합’을 언급한 데 대해 “이루지 못한 통합에 대해 남은 과제들을 확실히 챙기겠다”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친박(친박근혜)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당장 통합당과 자유공화당 간 통합 논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통화에서 “이제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배제(컷오프)를 해도 나갈 곳이 없어진 셈”이라며 “‘선거의 여왕’이 보수 통합을 위해 정확한 때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보 진영의 평은 상반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옥중 편지는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며 “통합당이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하겠다”고 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자신의 추종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기획된 정치공작성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결국 ‘탄핵 정국’ 이전으로 정치 시계를 돌리겠다는 퇴행적 행태에 기가 찬다”고 맹비난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