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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무능 아닌가요?”…외교부에 물었더니
96개국서 ‘한국인 입국자’ 금지·격리·검역강화
해외 강제격리 국민만 1300명…신속대응팀 파견
“조치 철회위한 외교적 설득 부족하다” 지적에
외교부 “각국 방역능력이 제한 조치 여부 결정”
“수출입 경제활동 악영향 최소화에 역량 집중”
지역사회 감염 확산시엔 추가 제한 가능성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확산되며 전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에 나선 국가와 지역이 96곳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의 이동이 제약받는 것을 넘어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각국에서 강제 격리당하는 사례까지 이어지며 외교당국은 설득에 나섰지만, 한국에 대한 제한 조치는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이다.

▶입국 금지, 강제 격리 항공편 중단까지=외교부에 따르면 5일 오전 기준 전 세계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에 나선 국가는 모두 96개국에 달한다. 아예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지역)만 40곳을 기록했고, 한국인에 대한 격리 조치를 예고한 곳도 25개국이 됐다. 강제 격리 등의 조치는 없지만, 검역 강화 계획을 발표한 곳도 30개 지역으로 늘었다. 여기에 한국행 비행기를 제한하는 등의 간접적 조치를 취한 곳도 있어 이를 다 합하면 한국에 대한 제한에 나선 곳은 세 자릿수로 늘어난다.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자국민의 여행 경보를 격상한 국가도 많다. 미국은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대구ㆍ경북 지역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사실상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데다가 이에 따라 하버드와 예일 등 주요 대학교가 한국에 대한 교류를 잠정 중단하며 인적 교류 피해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 외무성 역시 지난 1일 대구와 경북 청도군에 대한 감염증 위험경보를 3단계(방문 중지)로 격상했다. 일본이 3단계를 발령한 지역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湖北)성과 저장(浙江) 두 곳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제외한 모든 항공편을 잠정 중단했고, 터키 역시 터키 내 한국인을 귀국시키기 위한 빈 여객기 외에는 한국 항공편에 대한 착륙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확대되며 타지에서 강제 격리되는 한국인도 점차 늘어 전 세계적으로 1300여 명의 한국인이 각국에서 격리된 상태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지난달 28일 하노이 공항으로 입국한 한국인 100여 명이 현지 당국에 의해 강제로 격리 조치됐다. 발열 등의 증상이 없어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된 사람들이지만, 베트남 정부의 강제 조치로 일부는 군사시설에 사실상 감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신속대응팀을 파견했다

▶ “설득에 최선…경제 악영향 최소화 목표”=한국인 입국 금지에 이어 격리 사례까지 속출하며 외교당국은 설득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그간 외교적 성과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대형 외교 악재가 이어지며 외교당국은 ‘외교력 부재’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당장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직접 외교장관 통화를 통해 사태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2일 압둘라 샤히드 몰디브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 계획에 대한 설득을 진행했다. 몰디브 정부는 애초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발 입국자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한국 측에 전달했지만, 외교당국의 설득으로 서울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한해 입국 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이처럼 외교적 성과를 보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국가는 외교부의 설득에도 입국 제한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사태 직후부터 강 장관은 중국과 미국, 베트남, 영국, 아랍에미레이트(UAE), 캐나다 등과 외교장관 통화를 갖고 우리 정부의 방역 노력을 강조했지만, 상당수 국가는 한국에 대한 제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베트남이 강 장관과의 통화 직후 이미 이륙한 한국 국적의 항공편에 대해 착륙 불허 결정을 내려 비행기가 비행 도중 회항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외교적 설득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설득 노력과 별개로 각국의 방역 역량이 제한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며 “선진국의 경우,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별로 없다. 자국 내 방역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방역 역량이 취약한 국가들은 입국 금지 등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국제보건기구(WHO)에서도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들도 하고 싶지 않겠지만, 자국의 의료체계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조치를 강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교역량이 많은 상위 30개 국가 중 한국에 대한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곳은 홍콩과 터키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한국과의 교역을 고려해 근로 비자에 대해서는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다만, 중국과 베트남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입국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 불편을 넘어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교부는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업 목적의 출입국이 제한받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업차 방문하는 입국자의 제한이나 근로 비자 발급 중단 등 8개 유형으로 경제적 악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며 “각 재외공관에 유형별 상황에 맞는 대응 지침을 전달해 우리 국민의 경제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추가 제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이 관건”=다만, 외교부의 노력에도 각국의 추가 제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달 25일 주한 외교단을 청사로 초청해 정부의 방역 현황 설명에 나선 외교당국은 추가 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각국 재외공관과 주한 대사들을 대상으로 연일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지역별로 하루에도 3~4명의 대사를 만나 과도한 입국 제한 철회 등을 강조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정부의 월등한 검진 능력 등을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국내 확진자 수가 늘고 있지만, 이는 특정 종교 탓에 확산된 감염을 찾아내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일본과 이탈리아 등 감염자 수가 적은 국가와 달리 한국은 탁월한 검진 능력을 바탕으로 의심자를 전수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이 우려하는 ‘지역사회 감염’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높은 진단 역량을 바탕으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신설 등 민주적 방식으로 우리만의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추가 제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미 CDC는 “한국 내에서 코로나19의 광범위한 확산이 진행 중”이라며 자국민의 여행 금지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의료계를 중심으로 “이미 지역사회감염이 빠른 속도로 전국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협은 ‘지역사회감염 확산은 명백한 방역의 실패’라고 이미 정부에 의견을 전달했다”며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제한적 입국 제한 등의 조치 역시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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