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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초비상] '허둥지둥' 마스크에 자의적 잣대 들이미는 정부
마스크 끼워팔기, 처벌 어렵지만 무리하게 현장조사 나서
보건당국, 마스크 재사용·면마스크 사용 권고…뒤늦게 말바꾸기 비판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위생용품 판매대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마스크를 둘러싸고 혼란이 이어지자 정부가 자의적인 판단까지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뒤늦은 마스크 관리 대처가 오히려 불안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커지는 상황이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마스크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거나 끼워파는 행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논란이 됐던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와 화장품 회사 브이티코스메틱뿐만 아니라 G마켓과 11번가 등 국내 대형 오픈마켓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마스크 수급안정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마스크를 끼워파는 행위는 공정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보고 신속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기 위해선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구입을 강제했다는 점, 다른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미국의 IT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를 팔면서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스크를 사은품으로 주거나 끼워파는 형태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거래강제'가 아니다. '마스크를 사려면 자사 제품을 사야 한다'는 게 아니라 덤으로 주는 사은품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실제 거래량도 많지 않다. 불공정행위라고 보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법 위반 소지가 불명확한데 자의적인 판단을 통해 조사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정위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일단 조사를 통해 법 위반 혐의점이 없는지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따지기는 쉽지 않은데 정서상 생활필수품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당장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보단 계도 차원에서 나선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의적 판단은 마스크 사용 지침에도 적용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일 기존의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개정, "썼던 마스크를 다시 쓰거나 면 마스크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발표했다. 굳이 일상 생활에선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할 필요 없다는 권고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모두 마스크 재사용을 금지하는데 우리 정부는 홀로 괜찮다며 지침을 변경했다. 뒤늦게 말이 바뀌자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비상상황에 적용되는 지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마스크 물량 관리를 뒤늦게 대처한 데다 처음부터 올바른 마스크 사용법을 제시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개발하는 게 필요했다"며 "면마스크 품질, 정전기 필터를 개선하서 자유롭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치료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 부회장은 "초기 중국인 입국 금지, 마스크 수출 금지를 실행할 타이밍을 놓쳐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며 정부의 오판을 지적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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