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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젊은 안무가들 ‘프로젝트-The같이’ 불안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성찰

지난달 19일 춤전용극장인 M극장에서 젊은 안무가들이 주축이 돼 마련된 무용공연 ‘프로젝트-더(Project-The)같이’가 공연됐다. 이 공연은 한국 전통춤을 기반으로 다문화적 창작 소재를 적절하게 가미, 실험적인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본(本)댄스컴퍼니(대표 최원선)’의 기획 공연이다.

한국형 컨템포러리 댄스를 지향하는 컴퍼니의 특성으로 ‘프로젝트-The같이’에 참여하는 젊은 안무가들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장르를 함께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젊은 안무가들이 꾸며내는 공연인 만큼 정형화된 형식을 좀 더 벗어나고자 의도하면서 관객에게 보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공연문화 창출 프로젝트였다.

이에 젊은 안무가들에게는 실험의 장이면서, 개인의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공유하는 장을 형성하며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 2013년의 ‘여행-Over the Rainbow’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영화같이 춤같이’, 2016년에는 ‘Sitespecific’으로 이어오며, 올해로 4번째 공연이 된다. 기획 명 ‘Unperformed’로 열린 이번 공연은 관객과의 관계 형성이 보다 용이한 소극장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춤 창작을 서로 가까이서 공유하고자 의도하고 있었다. 4명의 젊은 춤꾼(정혜윤, 전지혜, 김종신, 조한진)과 최원선이 미발표된 아이디어를 각자의 개성과 춤 스타일로 풀어놓았다.

한국 창작춤 본연의 형식을 자신만의 분위기로 탐구하고자 한 정혜윤의 ‘새들은 우리집에 와서 죽다’는 새의 이미지를 차용해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속에서 저항과 불안함이 전달되는 독무를 보여줬다. 전지혜의 ‘카인과 아벨의 눈’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다양한 음악사용으로 극적 변화를 주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카인과 아벨의 대립과 심적 갈등을 인간의 보편적 심리와 연관 지어 표현하면서, 어둠과 파멸로 이끄는 선악의 경계, 잠재된 내면의 적으로부터 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을 표현했다.

두 명의 무용수가 집요하게 엮이고 맞물리면서 하나의 컨택으로 풀어낸 김종신의 ‘기생’은 숙주에 의지한 채 독립적으로 분리되지 못하고 기생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이면을 역설적으로 나타냈다. 세 명의 남자무용수가 출연한 조한진의 ‘상실’은 짙은 상실을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그 이전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 그런가 하면 4명의 안무가와 달리 연륜과 노련미가 느껴진 최원선의 ‘잃어버린 너’는 한국적 정서가 묻어나는 붉은빛 의상을 입고 세월 속 아련한 그리움에 대해 애절하면서도 진지하고 절도 있는 솔로로 꾸며졌다.

안무가들의 작품들은 대체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전혀 낯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생존이라는 시대정신 속에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인간들의 척박한 삶과 사회에 던지는 문제제기이면서 스스로를 향한 성찰과도 같았다.

무용 안무가들은 자신만의 춤적 표현들을 자유롭게 만들어내고 표현하면서 그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창출한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안무가들의 의욕이 엿보였던 ‘Unperformed’는 개인의 내재된 정서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춤으로 표현하는 젊은 안무가로서의 열정이 호기롭게 느껴졌던 공연이었다.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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