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인’ 표현 사실상 文대통령도 비난
형식ㆍ내용상 파격…남북관계 경색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비판한 것은 사실상 대남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북한의 ‘로열패밀리’ 일원이자 대남특사와 남북정상회담 배석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서 남북관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온 김 제1부부장이 나섬으로써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최고 수준의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수위가 올라갈 수 없을 정도도 가장 비중이 큰 김 제1부부장이 나서서 청와대를 조롱하고 유감과 실망을 드러냈다”며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레드라인 직전에서 대남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김 제1부부장이라는 스피커나 주로 대미메시지를 발신하던 밤늦은 시간이라는 형식도 주목할 만하다”며 “선거를 앞둔 한미 양측을 향한 자신들의 통상적 군사훈련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김 제1부부장 담화는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 반문하거나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며 말줄임표를 쓰는 등 북한의 이전 담화나 성명 등 공식문헌과 달리 구어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 실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성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최 실장 역시 “문 대통령을 비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듯했지만 ‘청와대 주인’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 욕설을 퍼부은 셈”이라면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 대남메시지인데 남북관계의 어려운 상황이 한동안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은 전날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청와대가 지난 2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강한 우려를 표명한데 대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