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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에 산다고 무조건 진료거부” 속타는 일반환자들
TK지역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서울 대학병원 등 방문 치료 난색
암 등 중증 환자들 ‘진료공백’우려
당국 “안심병원 등 추가대책 강화”

#1. A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3일 봉와직염으로 응급실로 가 패혈증 소견을 받았다. 간단한 치료를 해 준 동네 중소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받았다.

과거 전립선암을 치료받았던 서울 상급병원에 문의했지만 대구·경북 거주자는 당분간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통보받았다. 대구 소재 경북대병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다른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살 아이를 돌봐주던 하원돌보미는 자가격리, 어린이집은 전체 휴원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회사에 정상 출근 중이다.

#2. B씨의 아들은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서울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병원에서 이달 예정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구·경북에 산다는 이유로 병원 출입이 어렵다고 했다. 별도로 마련된 안심진료소에서 약만 받아갈 수 있다고 했다. 천막에서라도 항암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기다려달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답답했던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문을 올렸다.

3일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코로나19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병상·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대구 지역 확진환자 2000여명은 입원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 중이다. 또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A씨와 B씨 사례처럼 대구·경북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을 알고 있는 환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A씨는 “경증이 다수인 코로나19 환자보다 긴급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가려 소외받고 있다”며 “게다가 코로나19 지역에 산다고 무조건 외면당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보건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1일 입원 치료는 중등도 이상 환자부터 적용키로 했다.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다른 질병 환자까지 치료하기에 병상과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증환자를 위한 4개 생활치료센터도 463실 밖에 갖추지 못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외래 트랙을 만들어 경로를 나눠 진료를 제공하고 있고 국민안심병원을 만들어 일반진료 체계를 강화 중”이라며 “추가적인 보완책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병실 확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B씨의 아들처럼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을 전망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확보로 대구 상급병원들은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서울 지역 대형병원에서 대구·경북 환자들을 받지 않으려는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병원 집단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사율이나 환자 수를 보더라도 다른 질병 환자가 더 급하다”며 “시간을 두고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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