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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시인의 심플라이프] 격리가 우선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쓰나미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을 덮치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몇 명이라는 통계 숫자로는 알 수 없는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드러나, 음지가 양지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경기도에서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기관 등에 대해 2주간 예방적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노인생활시설에 선제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내린 조치인데,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둔 보호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확진자 중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병동 입원자가 7명, 첫 번째 사망자의 몸무게가 42kg이었다.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폐쇄병동에서 수용자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면, 격리된 그들을 더 완벽하게 격리해 치료하기에 앞서 더 좋은 시설로 옮겨야 하지 않았나. 잘 먹이고 돌봐 면역력을 높여야지, 몸이 쇠약한데 약물만 투여한다고 상태가 나아지나. 의학적인 판단에 집착하지 말고 더 크게 이 문제를 봐야 한다. 노인요양시설의 실태를 안다면 선제적인 동일 집단 격리 조치를 내리지 않을 텐데….

강남의 비싼 시설들은 호텔 같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나 같은 서민의 부모가 입소하는, 지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나오는 식사는 형편없다. 동물 사료보다 조금 나은 환자식, 싸구려 어묵이나 소시지로 만든 국, 기름에 튀긴 닭고기…. 일반인에게도 나쁜 음식을 어떻게 환자들에게 먹으라고 내놓는지(요양병원이 요양원보다 음식의 질은 나은 편이다).

나 같으면 절대 먹지 않을 음식을 내 어머니에게 먹이고 싶지 않아 도시락을 싸서 어머니에게 갔다. 사정이 이런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않은 노인들을 2주간이나 격리하겠다니. 누가 옆에서 권하지 않으면 밥은커녕 입도 벌리지 않는 치매환자도 있는데, 간병인 혼자 5명이나 되는 할머니들의 식사 시중을 들 수는 없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병원에서 동일 집단 폐쇄 격리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의료 공백도 문제다.

의료진이 감염환자를 돌보느라 지역의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할 때,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나?

요양병원에서 (정부의 방침이라며) 면회를 금지해 열흘 넘게 어머니 얼굴을 보지 못했다. 도시락을 전해주는 직원에게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지만 당신의 상태를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니 불안할 수밖에. 예전에 어머니가 경기도의 요양원에 있을 때 낙상을 당했는데 이틀이 지난 뒤에야 연락이 와서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음식을 만들 때도 예전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채소든 생선이든 냉장고에서 이틀 이상 묵은 음식재료는 그냥 버리는 게 낫다. 신선해 보여도 혹시 하는 마음에 멀쩡한 호박을 버리고, 동태전을 부칠 때도 달걀의 유통날짜를 확인한다. 도시락 통을 씻을 때도 평상시보다 세정제를 많이 써서 샅샅이 닦느라 손이 저리다.

어머니 손톱이 지금쯤 깎을 때가 됐는데…. 손톱이라도 깎아드리게 잠시 병실에 올라가면 안 되냐고 직원을 붙잡고 하소연했건만 안 된다니.

어머니의 얼굴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꽃 피는 봄이 와야 마스크와 소독약 냄새에서 해방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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