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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초비상] 근원물가는 0%대 중반 불과…수요 위축 따른 ‘불황형 초저물가’ 우려
코로나 쇼크로 여행비·항공료·생화 등 가격 급락…외식 가격은 7년만의 최저
국제유가 하락분 반영되면 전체 물가 0%대로 둔화…‘디플레’ 우려 재연 전망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특히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수요 위축에 따른 ‘불황형’ 초저물가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들어 2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지만 불안불안하다.

이미 단체여행비나 항공료, 생화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급락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3월부터는 소비자물가가 0%대 중반으로 급격히 낮아질 전망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1% 상승했지만, 계절적·일시적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0.6%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0.5% 올랐다. 이런 근원물가는 국내 물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과 같은 수준이다.

근원물가가 그만큼 낮다는 것은 경제 내부의 인플레 압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수출이나 투자, 가계의 소비 등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소비 위축 및 국제유가 하락 등이 겹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둔화될 가능성이 많다.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2.5% 올해 전체 물가를 0.49%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절반 정도를 석유류가 차지했던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 물가는 이미 근원물가 수준인 0.5~0.6%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국제유가가 10% 정도 하락했지만 전년도 국내 유류세 한시인하 조치에 따른 기저효과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큰폭 상승했다. 하지만 3월 이후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 전체 물가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도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통계청은 2월 해외 단체여행비가 전월대비 5.8% 떨어진 것을 비롯해 국내항공료(-4.2%), 생화(-11.8%) 등이 하락,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외식 물가(0.7%)가 2013년 1월(0.7%) 이후 7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체 서비스물가(0.4%)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12월(0.1%) 이후 20년여만의 최저치였다.

기획재정부가 주요 업종단체의 속보치를 집계한 것을 보면 서비스와 소비 부문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2월 세째주를 기준으로 항공기 탑승객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4.4%나 급감했고, 방한 관광객(-48.1%), 영화관람객(-57.0%), 놀이공원 이용객(-71.3%) 등이 모두 급감했다. 숙박(-24.5%), 음식점(-14.2%), 백화점(-20.6%) 등의 매출도 두자릿수 이상 급감했다. 온라인 쇼핑(14.7%)과 편의점(2.7%) 매출이 증가했지만, 타격을 만회하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코로나19 사태가 신속히 종식돼 소비자들의 공포심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제 쇼크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경제활동 위축과 소비 등 수요 둔화, 이로 인한 물가 하락압력 심화 등 최악의 ‘디플레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제적 재앙이 확대재생산되지 않도록 코로나19 확산의 신속한 차단과 기업·가계 등 정상적 경제활동으로의 복귀가 시급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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