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 천예선·정찬수 기자] 무섭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주요 기업 사업장을 잇따라 덮치면서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가 적잖을 전망이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세차례 조업을 중단한 현대차의 경우 하루 피해액만 약 1600억원으로 추산됐다. 기아차 역시 1000억원으로 최소 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설상가상, 향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국내 간판산업에 간헐적 조업중단이 반복될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장 기준 1주일 생산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3만4000대, 2만9000대로 추정된다.

잇따른 가동 중단과 확진자 발생에 따른 UPH(시간당 생산량) 하락을 고려하면 1분기에만 3주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12만대, 기아차는 9만대의 공백이 생긴 셈이다.

완성차 평균가격(현대차 3000만원·기아차 2500만원)을 단순하게 적용하면 매출 손실은 현대차가 3조6000억원, 기아차가 2조3000억으로 계산된다. 재고 판매와 특근으로 3분의 1이 만회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각각 2조4000억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루로 환산하면, 현대차가 약 1600억원, 기아차가 약 1000억원 손해를 보는 셈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 믹스 차이와 고정비 부담을 고려하면 1분기 영업이익 차질은 현대차가 2400억원, 기아차가 12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자동차 판매는 1분기 부진에 이어 2분기 초까지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중국내 공장 생산 차질에 이어 국내 코로나19 확산 피해로 2차 타격을 받았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만 2일 오전 현재 4명,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에서 각 1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내 제조업 셧다운(일시 조업중단) 공포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구미 1사업장에서는 지난달 28일 네트워크 사업부 직원이, 2사업장에서는 같은달 22일과 29일, 그리고 이달 2일 무선사업부 직원 3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방역을 실시하고 구미 2사업장 대부분은 2일 조업을 재개했다. 확진자가 근무한 층의 경우 추가방역을 실시한 후 3일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구미 1사업장의 경우, 공장라인이 아닌 네트워크 지원 업무를 하는 곳으로 확진 판명을 받은 직원이 지난 19일 자진신고함에 따라 예방차원에서 방역을 마치고 조업은 차질이 없이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은 최근 출시된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S2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곳이어서 일정 부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말 동안의 임시 폐쇄로 제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조업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경우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루 정도는 생산차질이 있다 하더라도 대응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겠지만, 계속 폐쇄를 반복하면 베트남 물량 증대 등 대응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경기도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한때 우려가 커졌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라인은 차질없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기흥사업장 구내식당 직원이 확진자로 판명돼 구내식당을 1일까지 폐쇄하고 방역을 마쳤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구미사업장 1단지에 입주한 하나은행 직원이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2일까지 모바일·차량용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을 폐쇄하고 3일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이노텍 역시 1일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구미1A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2일까지 공장을 폐쇄하고 방역작업에 돌입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것은 하루 정도”라며 “생산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