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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초비상]마스크 찾아 삼만리…‘매진·주문취소’에 진저리
정부 말로만 강력대책…소비자들 4월 도착 해외직구가 빠를 듯"
밤샘 줄서기로 1인당 2~5장 판매 제한…식언반복 '늑대소년'된 정부
신뢰도 끝없는 추락…'탄핵' 목청까지 높아져
2일 경기도 파주시 신교하농협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려 길게 줄을 지어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1. 이 모(30·남) 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됐다. 마스크가 없어 외출도 못 하고 있다는 전화속 사정을 듣고서다. 지난달 21일 오픈마켓에서 KF94 마스크 50장을 19만원에 구입했다. 배송이 도착하기로 한 27일 판매업자가 문자를 보내왔다. 3월 중순까지 보내주겠고 했다. 예상보다 늦어져 화가 났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8일 주문 취소 통보를 받았다.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고 했다.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마스크 하나 못 구해드리는 불효자다. 현실이 서글프다."

#2.박 모(38·남) 씨는 사흘 연속 허탕을 쳤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공적 물량 마스크 500만장 배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매일같이 동네 하나로마트와 약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줄곧 '매진' 됐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물량을 받지 못했다는 곳도 있었다. 결국 지난 1일 그는 해외 직구를 택했다. 배송료가 비싼데다 4월 초께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일단 결제 버튼을 눌렀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찾으러 다닐 수 없는데다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정부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각자도생해야 할 때다"

이모(30·남) 씨는 지난달 21일 마스크를 구입했지만 결국 27일 주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 씨 제공]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대다수가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데다 구매에 성공한 사람도 최소 1시간 이상 줄을 선 탓에 오히려 다른 병을 얻을 지경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마스크 찾아 삼만리'라는 말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집안의 가장은 마스크를 한장이라도 구하려 밤새 줄을 서고 가족들은 우울증을 호소하게 이르렀다.

판매 물량을 제한한 탓에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 공영홈쇼핑 등은 1인당 구매 물량을 30매까지 늘렸지만 동네 약국이나 하나로마트는 2~5매로 제한했다. 4인 가족이 하루 밖에 쓸 수 없는 물량이다. 돌아서서 다음 날 쓸 마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 노원구 소재 약국 관계자는 "우리도 받는 물량이 하루 100여장에 불과해 5장 이상씩 팔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가게를 열기 전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길게 서 있어 도리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2일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대량으로 마스크를 판매 중이다. 일회용 마스크부터 보건용 마스크까지 다양하게 물품이 있다. 배송료까지 포함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수량 제한 없이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택배가 도착하는 데 3~4주가량 소요됐다.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공용홈쇼핑에서 마스크 전화 주문을 하는 팁까지 올라왔다. 시간대를 예고하지 않고 게릴라식으로 판매하는 탓에 하루 종일 TV를 켜놔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다.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해주는 '코로나마스크(coronamask.kr)'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마스크 부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료진들이 하루에 필요한 최소 수량을 100만장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 현장에 50만장을 공급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2만장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진 방역품을 늘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분노는 정부로 향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이 동의자 수 130만명을 넘겼고 올해 도입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 하다"며 "국내에선 마스크가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품절상태가 지속되어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어려운 데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마스크 대책에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에 대해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기대에 일정 부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는 "지난주 추가적인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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