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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알장전 PEF③] 코로나19 리스크·고평가 매물…돈 많아도 쏠 곳엔 ‘신중’
M&A 매물 기업가치 전반적 상승…PEF 투자처 찾기 난항
코로나 사태로 투자 결정도 차질 우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국내 상위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올해에만 20조원에 육박하는 펀드레이징을 예고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돈 쓸 곳’을 찾는 데는 신중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A 시장에 자금이 넘쳐나면서 매물들의 가격이 일제히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매각 실사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상반기 내 활발한 자금 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곳간을 두둑히 쌓아 놓은 PEF들이 정작 투자 매물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주요 M&A 매물들이 일제히 높은 '상각전 영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멀티플)'를 적용해 가격을 산정하는 등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V/EBITDA 멀티플은 M&A 거래시 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수치로, 멀티플이 높게 산정됐다면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기간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아 고평가된 매물을 뜻한다.

실제로 최근 성사된 공차코리아, 해마로푸드서비스 등 식음료 M&A에 적용된 EV/EBITDA 멀티플은 10배에 달했다. 식음료 업체 매물에는 통상 6~8배의 멀티플이 적용되지만 최근 이같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매물들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매물을 내놓은 PEF에겐 유리해진 시장환경이지만, 매수에 나선 PEF에겐 난감해진 상황이다.

한 PEF운용사 대표는 “한국 PEF 시장 초기에는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 투자하고 밸류업(기업가치제고)을 한 후 되팔던 전략이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높아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아 PEF들이 다양한 방식의 투자 기회 발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베인앤컴퍼니 ‘글로벌 사모펀드 보고서 2020(Global Private Equity Report 2020)’]

전반적으로 매물이 고평가된 현상은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가 이달 25일에 발간한 ‘글로벌 사모펀드 보고서 2020(Global Private Equity Report 2020)’에 따르면 미국에서 EV/EBITDA 멀티플11배 이상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 딜 비중은 지난 2003년 10% 미만에서 지난해 60%에 육박할 만큼 급증했다. 반대로 멀티플 7배 미만 거래는 같은 기간 절반 가까운 비중에서 최근에는 5%대로 크게 줄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실사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PEF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JKL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은 임원 외 재택근무를 실시하거나 2조2교대 사무실 출근을 시행하고 있어 신속한 투자 결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각 자문 등을 맡는 맥킨지, BCG, 베인앤컴퍼니 등 3대 컨설팀 펌도 모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할리스커피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올해 나온 식음료 업체들은 밸류에이션에 직접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크게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딜’ 중 하나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내로라하는 PEF 하우스들이 일제히 뛰어든 것을 두고도 이렇다할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투자처에 집중하려는 최근 경향을 반영한단 해석도 나온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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