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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와 어떻게 다른가

역사의 그늘 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찾아내는 밝은 눈을 가진 작가 김다은이 장편소설 ‘손의 왕관’으로 돌아왔다. 남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신문 한 귀퉁이에 난 오래 전 기사나 풍문 하나에 기대 마치 고고학자가 맨 땅에서 시작해 마침내 신비한 유물을 발굴하듯, 그는 집요하게 파고들어 비밀의 시간에 닿고야 만다. 그렇게 캐어낸 깨진 파편들을 그는 섬세한 언어와 당돌한 상상력으로 복원시키는데, 소설 ‘훈민정음의 비밀’이나 ‘모반의 연애편지’,청와대 땅의 역사를 파헤친 ‘금지된 정원’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번 ‘손의 왕관’에도 소설의 실마리가 된 역사적 사건이 등장하는데,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차릉파 금관사건이다. 차릉파 금관 사건은 일제강점기 일본 고관대작들이 기생에게 신라여왕의 금관을 씌우고 조선을 조롱했던 사건이다. 평양이 배경인 두 사건은 시간과 성격상 동떨어져 있지만 시인이자 드라마작가인 천우에 의해 한 울타리로 들어온다. 제너럴셔먼호가 남긴 성경, 드라마 소재인 차릉파 금관사건은 영혼과 물질, 신의 언어와 시의 언어, 영원한 것과 인간의 욕망 등 대립되는 두 세계를 상징하며 날카롭게 대립한다.

소설은 첫 드라마 작품을 성공시킨 천우가 차기작 차릉파의 금관사건을 집필하기 위해 오랜 친구 우걸의 농가로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우걸은 천우가 장난삼아 던진 말을 듣고 작업실을 성경으로 도배한다. 그런 ‘우스꽝스런’ 방에서 가끔 호기심에 몇 구절을 읽곤하던 천우는 밤만 되면 산 중턱에서 환하게 빛나는 왕관 모양의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천우는 그것을 차릉파의 금관이자 성공의 징조로 여긴다.

작가는 신의 언어를 부정하는 작가 천우를 통해 언어와 구원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 드는데, 특히 은유를 놓고 시적 은유와 성경의 비유를 비교하며 논쟁을 벌이는 대목은 클라이맥스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손의 왕관/김다은 지음/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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