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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트럼프, ‘기생충’인가, 바이러스’인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언론인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휩쓴 것을 비판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올해 아카데미 수상작은 한국에서 만든 영화다. 그들은(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 20일에도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유세에서 “올해 아카데미상이 얼마나 형편없었느냐”며 미국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내에서 조차 강한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는 “미국은 용광로이고 다양성을 찬양하며 언론의 자유와 다양한 관점을 장려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비전이 미국 건국 원칙과 상충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배우 벳 미들러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지적했지만, 나는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며 트럼프를 기생충에 비유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유사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정치 리더십을 갖고 있다. 주류와 아웃사이더의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그의 리더십을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가 구사하는 언행은 독특하다.

그는 사업가 출신 정치인이기 때문에 비즈니즈적인 리더십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일반적인 사업가 출신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강한 승부욕으로 살아온 그의 성장배경과도 연관이 있으나, 그의 비즈니스가 부동산 개발업이라는 점에 더 큰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시행이라고 하는 부동산 개발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는 달리 종합 비즈니스의 특성이 있다.

기획과 부동산 매입, 금융, 인허가, 시공, 홍보, 마케팅 등 모든 분야가 망라된 종합 비즈니스인 동시에 어느 하나라도 실패하면 사업 전체가 무너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세계에서 트럼프 부동산 왕국을 건설한 그는 강한 승부욕과 법적 경계를 넘나드는 비즈니스로 성공신화를 이룬 인물이다. 미국 대통령직은 그가 이뤄낸 가장 큰 디벨로핑(개발) 프로젝트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정치에는 ‘공공성’이라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의 리더십은 정치의 상업화와 비즈니스의 정치화만 있는 독특한 구조인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한때 비즈니스를 했던 정치인이다. 그는 생전에 “정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는 상인적 현실감각만 극도로 발달한 정치인인 것이다.

사업가 출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들이 기성 직업 정치인 보다 더 훌륭한 리더십으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성을 결여한 ‘비즈니스 정치’는 공공에 대한 폭력이자, 야만이다. 트럼프의 정치는 최소한의 공공성 조차 결여된 사적 이익의 정치일 뿐이다. 그의 정치적 동지는 이익이고, 동맹과 동지의 가치는 이익에 기반해야만 존속될 수 있다. 이념적 좌표도 없이 피아의 구분도 없이 휘둘러대는 이익의 총구는 오늘도 그가 만든 적을 향할 뿐이다.

기생충은 적어도 숙주를 죽이지는 않는다.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기 때문이다. 잘못된 비즈니스 정치는 기생충만도 못하다. 숙주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는 기생충 보다 못한 ‘바이러스 정치’다.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라는 공공의 권력을 갖고 인류의 지성과 문명에 반하는 언행을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바이러스 정치 리더십’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아카데미협회와 봉준호 감독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언론인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LBN 불교방송 회장, 대구경제신문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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